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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ing Review

[Rival] 변종들의 대결! Honda Crosstour VS Toyota Venza

< 해당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5월호(32호)에 게재됐습니다. > 


“그야말로 뮤턴트(Mutant, 변종)다!”

지난 2002년 8월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이때, 아우디코리아는 지금까지 출시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종을 국내에 선보였다. ‘올로드 콰트로’란 이름의 왜건이었다. 이 차는 세단의 차체에 4륜구동 방식의 SUV와 유사한 주행성능, 그리고 해치백(혹은 왜건)의 실용성까지 겸비해 눈길을 끌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난해 11월, 한국토요타가 올로드콰트로와 유사한 신차를 한국시장에 출시했다. ‘벤자(Venza)’였다. 이로부터 두 달 뒤에는 혼다코리아가 ‘크로스투어(Crosstour)’라는 새로운 세그먼트 차량을 선보였다. 유럽 브랜드 위주로 출시되던 변종 차에 일본 메이커들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세단을 기반으로 만든 토요타와 혼다의 변종 신차. 세단에서 출발해 RV와 미니밴의 장점인 효율성을 강조한 벤자와 SUV와 쿠페의 스타일을 살린 크로스투어를 전격 비교해봤다. 


- 정숙함·실용성의 Toyota Venza


벤자는 토요타의 글로벌 베스트셀링카인 캠리를 기반으로 만든 왜건 스타일의 SUV다. 플랫폼을 캠리로 사용한 만큼, 세단의 안정감이 느껴지지만, SUV의 주행본능과 미니밴의 효율성까지 고려한 독특한 매력의 RV다.

첫인상은 그야말로 미묘하다. 한 대의 차에서 덩치 큰 세단과 소형 미니밴, 도심형 SUV의 특성이 모두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북미 시장을 대상으로 개발됐던 만큼, 의외로 큰 덩치가 눈길을 끈다. 

제원을 살펴보면 더욱 미묘하다. 동급 세단보다 짧은 4800mm의 전장과 1610mm의 전고, SUV보다 치수가 큰 2775mm의 축거를 갖고 있다. SUV와 미니밴, 세단의 장점을 복합적으로 반영하다보니 나온 절묘한 사이즈라는 게 토요타의 설명이다. 

캠리의 플랫폼을 개발된 만큼 지상고는 세단과 비슷해 타고 내리기가 쉽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전면을 보면 차량의 후드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아 주차 등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외관과 달리 실내는 그야말로 매력적이다. 운전자와 조수석의 1열 공간을 최대한 넉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2열 역시 상당히 여유롭다. 7인승 SUV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여기에 트렁크 공간 역시 상당히 넓다. 골프백 4개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넓다.

수납공간은 그야말로 곳곳에 널려 있다. 운전석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납공간도 대형 글로브박스와 2개로 나눠진 센터콘솔을 포함해 10개나 된다. 변속기 레버를 차량의 센터페시아에 위치하게 디자인해 공간활용성을 극대화했다. 

벤자는 국내에 2.7L와 3.5L 등 2가지 모델이 출시돼있다. 이중 시승차는 3.5L 모델로,  V6 VVT-i엔진과 6단 수퍼ECT, 액티브 토크 컨트롤 4WD 시스템을 탑재했다. 제원상 최고출력 272마력에 최대토크는 35.1kg*m의 힘을 내며, 공인연비 8.5km/h다. 

주행에 나서자 세단 특유의 부드러운 주행감과 승차감이 느껴졌다. 가속 능력도 뛰어났으며, 제동성능 역시 수준급이었다. 특히 가솔린 모델인 만큼 소음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반면 덩치가 큰 만큼 조향력은 부족했다. 커브길을 주행시, 쏠림 현상이 심했기 때문이다. 또 서스페션의 강성 역시 패밀리카 수준에 맞춰져 있어 고속주행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연비는 벤자의 판매량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수입차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고연비 SUV를 출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8.5km/h의 공인연비는 상당히 큰 약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벤자는 앞서 밝힌 대로 세단과 SUV, 해치백의 장점을 모은 매력이 많은 차다. 하지만 너무 많은 매력이 몰려 있다 보니, 정작 소비자들의 선택을 확 이끌어낼 강력한 한방은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미니밴에 싫증난 고객이나, 실용성을 중시하는 고객이라면 벤자는 고려할 만한 차량인 점은 틀림없다. 


- 스타일 강한 주행성능 Honda Crosstour


혼다코리아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크로스투어는 변종 신차의 논란에 불을 다시한번 지핀 모델이다. 국내에는 오직 가솔린을 사용하는 3.5L 모델, 한종만 들어온다. 

크로스투어는 보는 각도에 다양한 세그먼트가 등장한다. 전면만 놓고 보면 혼다의 대표 세단인 어코드의 스포츠형 같은 느낌이고, 옆모습은 덩치 큰 쿠페 스타일이며 뒤에서 바라보면 해치백과 왜건의 모습이 나타난다. 

외관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헤드램프와 함께 자리 잡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강인하고 단단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또 지상고가 SUV급에 유사해 차가 약간 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무엇보다 후드에서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루프라인과 바디 전체로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이 날렵한 쿠페를 떠올리게 한다. 

인테리어는 혼다의 어코드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하이테크한 느낌의 어코드보다는 전체적으로 질감이 떨어진다. 우드와 메탈, 가죽으로 이뤄진 인테리어는 깔끔한 편이며, 내비게이션이 나오는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 타입의 오디오 시스템이 2열로 배치돼 있다. 

5015mm에 달하는 차체를 자랑하는 만큼 뒷좌석의 공간이 그야말로 광할하다. 트렁크에도 골프백 4개가 당연하게 들어가며, 2열 시트를 폴딩 시키면 스노우보드도 쉽게 넣을 수 있다. 또 트렁크 바닥 아래에 54L급의 박스가 있어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크로스투어는 6기통 3.5L SOHC I-VTEC+VCM엔진과 신형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최고출력 282마력에 최대토크 34.8kg*m의 힘을 내며, 복합연비는 9.9km/h다. 

주행에 나서보면 먼저 조용한 승차감이 매력적이다. 어지간한 오르막길이나, 과속방지턱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힘이 좋다. 커브길 주행력 역시 의외로 날렵하다. 특히 주행 중 우측으로 차선을 변경하면 8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각지역의 차량들을 보여주는 기능도 훌륭하다. 이 기능은 왼쪽 사이드미러도 같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다. 

쿠페 스타일을 채택한 덕분일까. 고속주행에서도 크로스투어는 안정적이다. 특히 S모드로 주행을 시작하자, 차량이 전체적으로 스포티하게 리셋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크로스투어 역시 연비가 아쉽다. 복합 9.9km/L의 연비는 아무래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디젤 모델을 출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강렬한 보이는 전면부 인상과 높은 지상고는 우아하고 세련된 것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마이너스 요인이 될까 우려스럽다. 하지만 낯선 외모와 달리 확실한 매력이 있는 만큼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