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fterMarket

"꿈을 향한 집녑" 차지원 아승오토모티브 대표

[해당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38호(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답답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장만한 첫 번째 수입차를 더욱 멋지게 만들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물론 튜닝업체들은 그때에도 있었지만, 영세하고 전문성도 불안해 보이는 분들에게 첫 번째 애마를 맡길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튜닝에 대한 꿈을 키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포츠카와 멋진 수입차들이 종종 시야를 지나쳐 가는 이곳에 국내 최대 규모의 럭셔리 튜닝샵이 지난 9월14일 문을 열었다. 아승오토모티브그룹의 ABT코리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곳은 그야말로 ‘성지’로 불린다. 115년 전통의 아우디-폭스바겐 전문 튜닝 브랜드인 ABT(압트), 유럽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Techart(테크아트), BMW 전문 튜닝 브랜드인 Schnitzer(슈나이저), 재규어-랜드로버의 Startech(스타테크), 페라리-마세라티-람보르기니를 괴물로 튜닝 시켜주는 Novitec Rosso(노비텍 로쏘) 등 글로벌 명성을 가진 튜닝브랜드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지난 10월24일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하이엔드 튜닝 브랜드인 BRABUS(브라부스)의 국내 유통권까지 획득한 상태다. 한마디로 수입차 튜닝의 메카인 셈이다. 

이곳의 주인은 7년 전만 해도 국제변호사로 활동하던 차지원 아승오토모티브 대표다. 차 대표는 로펌을 박차고 나와 창업을 한 지 7년 만에 자신이 꿈꿔왔던 글로벌 튜닝 브랜드들의 공동 한국 지사장이 됐다. 


- 꿈을 위해 국제변호사도 포기하다

“국제변호사가 되기 위해 미국에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죠.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딴 후 국내에 들어와서는 로펌을 통해 자동차 업체들의 인수합병을 담당했습니다.”

차 대표는 자신이 수입차 튜닝과의 인연을 이렇게 설명했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했지만, 정작 자동차 튜닝과의 인연은 이전부터 이어져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이와 비슷했다. “변호사가 된 후 수입차를 처음 샀는데, 튜닝을 위해 샵을 알아봤다.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튜닝을 포기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 사이, 갑자기 이런 고민을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로펌에 사표를 내고 튜닝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선택한 튜닝업. 하지만 메카닉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자동차브랜드마다 다른 제조 기준 등, 튜닝은 그에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사업을 시작한 초기 무작정 글로벌 튜닝 업체를 찾아가 한국 유통권을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말조차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지식도, 자본도 없이 열정만 갖고 있는 내가 많이 불안해 보였나봅니다.” 

게다가 그는 튜닝 브랜드들과에 단순한 제품공급관계가 아닌 파트너십을 원했다. 아예 한국지사라는 법적 지위와 함께 제품의 유통독점권을 요구했던 것. 그는 “제가 변호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제대로 된 서류계약서를 요구했다”면서 “튜닝에 ‘ㅌ’도 모르는 제가 튜닝의 장인들과 동등한 위치를 요구했던 셈”이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결국 튜닝업체들은 차 대표를 외면했다. 

그러나 쉽게 포기하기에는 차 대표의 집념이 너무나 컸다. 그는 시간을 갖고 튜닝 업체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유럽의 튜닝 업체들이 하나둘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글로벌 명성을 자랑하는 6개의 튜닝브랜드들이 차 대표를 선택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여기까지 오는 데만 6년이 걸렸다. 


- 신뢰는 실력과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다

차지원 대표는 현재 6개의 글로벌 튜닝 브랜드의 국내 유통권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국지사 타이틀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에서 중소 튜닝업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는 왜 한가지 브랜드가 아닌 다양한 브랜드에 국내에 들여온 걸까. 

“현재 보유한 6개 브랜드는 유럽 현지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이중에서도 ABT와 BRABUS는 아우디-폭스바겐, 그리고 벤츠의 튜닝사로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들 다양한 브랜드를 국내에 가져온 이유는 바로 ‘수익의 다변화’를 위해서입니다. 튜닝 브랜드는 사실 제조사의 매출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데, 신차가 나오면 덩달아 매출이 오르지만, 신차효과가 사라지면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려 한 겁니다.”

일반적인 엔지니어와 전혀 다른 경영인의 마인드에서 튜닝 브랜드 도입을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그는 “국내 수입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우디와 폭스바겐, 벤츠, BMW의 튜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보니, 문의는 수도 없이 많고 판매 역시 하루 2~4건 정도로 상당하다”면서 “우상향의 안정적인 성장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앞을 내다보는 안목 역시 남달랐다. 수많은 튜닝 브랜드 중 유독 글로벌 튜닝 브랜드에만 러브콜을 보냈기 때문이다. 

“대형 튜닝 업체들은 지사를 선정할 때 자동차 제조사 수준의 심사를 거칩니다. 제조사가 글로벌 유통망과 브랜드를 갖고 있는 만큼, 튜닝 업체 역시 글로벌 시장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성장기를 넘어 이제 성숙기에 들어서고 있는 만큼, 저는 이들 브랜드의 튜닝 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직까지 튜닝 시장이 성장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수입차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선 만큼 수입차 고객들의 튜닝에 대한 요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회사의 성장 역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앞을 내다보고 튜닝 브랜드를 선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유럽에는 수백개의 중소 튜닝 브랜드들이 난립해 있는데, 이들 중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튜닝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차 대표가 국내에 들여온 튜닝 브랜드들이 유일하다. 수입차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앞으로도 그가 들여온 튜닝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관계자들의 판단이다. 


- 규제가 완화되면 시장은 더욱 커진다

차 대표의 예측대로 튜닝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튜닝를 ‘창조경제’의 대표산업으로 삼아 규제를 완화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나설 정도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최근에는 자사의 전문 튜닝 브랜드들을 인수해 계열사로 변신시키면서 튜닝 마켓의 주도권 경쟁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에 대해 대비책을 그에게 묻자 뜻밖에 대답이 나왔다. 

“고민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환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글로벌 메이커들이 튜닝브랜드들을 인수하는 까닭은 유럽의 튜닝 시장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곳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진출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사실 자동차는 공산품입니다. 그래서 만들 때 최적의 수익을 내기 위한 조건들과, 각국의 규제에 맞는 장비들을 채워야 합니다. 물론 메이커들은 자신들이 만든 차를 최고의 출력과 성능을 갖도록 만들 수 있지만, 경영적인 측면에서 적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내려면 이런 부분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결국 튜닝 업체들은 규격화된 차량들을 다시 튜닝하며 시장을 만들어갑니다. 글로벌 제조사들이 아무리 튜닝업체드를 인수해 차량의 성능을 올려놔도 튜닝업체들의 시장은 언제나 있는 셈입니다.”

반면 정부의 튜닝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정부의 정책은 국산 튜닝업체들과 부품사를 위한 정책”이라며 “우리 같은 해외 튜닝업체들에게 큰 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튜닝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과정의 간소화를 통해 튜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그는 “국산차가 됐든, 수입차가 됐든 튜닝 과정이 줄어든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과정이 줄어들면 튜닝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높은 소득과 안정적인 지위가 보장되는 법률인의 지위를 버리고 열정 하나 만으로 튜닝산업에 뛰어들어 국내 최대 규모의 수입 튜닝 브랜드 토탈 샵의 주인이 된 차지원 대표. 그는 앞으로도 큰 욕심보다는 길게 보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9월 ABT코리아에 이어 10월에는 BRABUS코리아의 문을 열었습니다. 더 바빠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계가 인정하는 명차를 세계 최고의 슈퍼카로 변신시켜주는 튜닝은 앞으로 더욱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한순간의 이익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무게를 두며 앞으로 나갈 생각입니다. 언젠가는 제가 직접 세계가 놀랄만한 브랜드를 만들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정기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