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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ing Review

[RIVAL] 전쟁 속 탄생한 LUXURY SUV

[ 해당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6월호(통권 45호)에 게재됐습니다 ]


SUV는 가족을 위한 차?


넉넉한 공간과 여유로운 주행성능, 여기에 험로주행까지 가능한 파워풀한 힘까지 갖춘 SUV는 최근 가족을 위한 자동차로 거듭나고 있다. 주말이 되면 SUV에 캠핑 장비를 싣고, 나들이를 떠나는 가족들이 늘고 있어서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SUV는 가족을 위한 차가 아닌 가족을 울린 차였다. 5000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인류 최대의 비극 ‘2차 세계대전’을 통해 개발됐기 때문이다. 


SUV의 시작은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운용했던 전술 기동차량인 G-5다. 1차 대전 이후 전차 및 장갑차의 생산이 금지되면서 고심하던 독일군은 전력보강 차원에서 G-5를 개발했다. 그리고 2차 대전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유럽대륙을 잠식해갔다. 


G-5로 골머리를 앓던 미국과 영국은 이에 비슷한 성능을 가진 MB를 개발했다. 훗날 미국의 지프와 영국의 랜드로버 사는 바로 이 MB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RV를 만들었다. 2차 대전 패전 이후 단종 됐던 G-5도 1972년 G바겐이란 이름으로 부활했다. 


그래서일까. SUV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이들 3개사는 SUV를 더욱 고급스럽고, 강력하게 만들면서 가족을 위한 차로 변신시켰다. 이 과정에서 벤츠의 G-class와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지프의 그랜드체로키가 등장했다. 


벤츠, 랜드로버, 지프가 선보이고 있는 플래그십SUV를 통해 70년 동안 진행 중인 SUV 명가전쟁의 승자를 점쳐봤다. 


- 럭셔리 지존 Range-Rover SPORT

● ‘만인의 드림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차 (★★★★★)


랜드로버가 만든 플래그십 SUV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믿음직한 럭셔리’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영국 왕실의 공식 차량으로 지정할 정도로 화려하고 멋진 외모는 물론이고, 공도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 탁월한 주행성능을 경험하면 성능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생길 정도다.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전문직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비롯해 자신만의 길을 가는 이들이 선호한다. 특히 남성들보다 여성들에게 더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플래그십 SUV의 지존이란 평가를 받는 레인지로버 스포트의 가장 큰 특징은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직선 위주의 디자인이다. 헤드램프를 비롯해 전구류에서만 곡선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직선을 사용해 차량의 대부분을 완성했다. 


그래서 날렵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면서도, 선과 선과 만나는 각도를 통해 세련미를 완성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영국 특유의 화려함과 빈티지가 그대로 묻어난다. 특별한 인테리어를 꾸미기보다 최고급 가죽소재를 사용한 시트와 나무를 그대로 옮긴 듯 한 우드트림까지 우아함과 안락함이 절로 느껴진다. 



시승차로 제공받은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3L SDV6 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한 ‘3.0 SDV6 HSE’로, 최고 출력 292마력의 힘을 낸다. 이 차로 옛 대관령 길을 주행했다. 이리 저리 휘어진 오르막길을 따라 주행했지만, 굉장히 편안했다. 출력이 좋다보니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됐고, 핸들링 역시 가벼웠다. 


고속주행이 가능한 내리막길에 들어서자 레인지로버 뒤에 붙은 ‘SPORT’의 의미도 알 수 있었다. 2톤이 넘는 육중한 무게에도 그야말로 제비처럼 가벼운 가속성과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세련된 외모에 화려한 인테리어, 여기에 동급 최강 수준의 성능까지 갖추고 있는 레인지로버 스포트의 가격은 1억1680만원이다. 


- 강인한 카리스마 G-class

● 믿음직한 카리스마를 갖춘 진격의 리더를 위한 차(★★★☆☆)


웅장한 엔진소리에 귀를 빼앗기고, 각진 디자인으로 시선까지 홀리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SUV G-class는 ‘카리스마’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차다. 곡선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외모에 파워풀하고 강력한 심장과 최첨단의 오프로드 장비까지 갖추고 그야말로 상남자의 포스를 철철 풍긴다. 



그래서 G-class는 공도주행보다는 오프로드 주행에 더 적합한 모델이다. 파워풀한 4륜구동 방식에 최첨단 디퍼런셜 락을 비롯한 다양한 오프로드 기능을 장착해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공도 주행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2톤이 넘는 무게에도 불구, 무서울 정도로 폭발적인 가속력은 적을 향해 돌진하는 코뿔소 같은 느낌이다. 


포스가 느껴지는 외모와 달리 G-class의 실내는 의외로 아늑하다. 최고급 가죽시트에 다양한 편의장비를 통해 벤츠의 화려함과 자부심을 드러낸다. 벤츠가 G-class를 ‘럭셔리 오프로더’라고 부르는 이유다. 



시승차량은 G-class의 대표모델인 G350 블루텍으로 3000cc 6기통 디젤엔진을 심장으로 사용한다. 이 차량을 타고 대관령삼양목장을 통해 소황병산 정상을 올랐다. 길을 가로막는 개울도, 1m가 넘는 구덩이와 진흙탕도 G350의 진격을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강인한 외모와 안락한 실내를 모두 갖춘 G-class는 그래서 현장에서 팀을 지휘하는 젊고 스마트한 리더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월등한 성능만큼이나 가격(1억4730만원) 역시 만만치 않다. 


- 합리적 실용주의 Grand Cherokee

● 출근길에도 나들이에도 언제나 믿음직한 차(★★★★☆)


지프는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 오프로드 브랜드다. 그래서 미국 중산층, 그중에서도 리더로 평가받는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SUV가 바로 지프다. 



지프는 브랜드 내에 다양한 SUV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중 최고의 럭셔리 모델은 바로 ‘그랜드체로키 오버랜드 서미트(Grand Cherokee Overland Summit, 이하 그랜드체로키 서미트)’다. 지프의 전신이었던 월리스 오버랜드사를 추억하는 이 모델은 기존 그랜드체로키에 수제시트와 첨단 주행장비등을 탑재해 안정적인 주행성능과 특유의 험로돌파 성능,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랜드체로키 서미트는 외관만 놓고 보면 일반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오버랜드 서미트 모델임을 알리는 엠블럼 외에는 별다른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실내를 보면 일반형과 큰 차이를 보인다. 수제로 제작된 스티어링 휠과 가죽시트가 고급스럽게 장착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 플래그십 SUV인 그랜드체로키 서미트를 타고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를 거쳐 44국도를 따라 속초로 따라 300km 왕복했다. 고속구간에서는 세단처럼 날렵하고 안정적인 가속력과 주행감을 보이더니, 곡선주로와 오르막길로 구성된 국도에서는 SUV 특유의 강력한 파워를 느껴졌다. 마치 도로 상황에 따라 성격이 변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이 차량은 가족과의 소통과 캠핑을 좋아하는 다정한 리더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온오프로드 모두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밀리 럭셔리 SUV로 손색이 없다. 


물론 탁월한 오프로드 기능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주중에는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랜드체로키 서미트의 판매가격은 77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