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환경이 가장 안전한 차량을 만들었다.’
자동차 글로벌메이커들 사이에서 가장 안전한 차로 손꼽히는 자동차브랜드는 어디일까? 바로 ‘볼보’이다. 볼보는 우아한 외관과는 달리 아주 강인한 능력을 가진 차량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세계 어떤 자동차메이커보다 명성이 높다.
볼보가 ‘안전한 차’라는 인식을 갖게 해준 것은 바로 볼보의 고향인 스웨덴의 척박한 환경 때문이다. 거친 산길과 극한의 날씨, 얼어붙은 도로 등 차량운행에 악조건을 두루 갖춘 스웨덴의 환경에 맞춘 차량을 만들다보니 자연스레 차량이 튼튼해진 덕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로 불리는 볼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다.
- 극한의 환경에서 자동차를 만들다.
유럽의 유명 자동차브랜드들이 대부분 1890년~1900년대에 반해 볼보는 한참 늦은 1920년대 중반에 가서야 역사가 시작된다.
당시 스웨덴에는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공장이 상당히 많았는데, 정작 스웨덴 태생의 자동차브랜드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스웨덴에는 산이 많아 도로포장율이 낮았고, 그나마 있는 도로 역시 긴 겨울이 되면 모조리 얼어붙었기 때문에 차량운행에 어려움이 많아 그나마 있는 자동차마저 잘 팔리지 않았다.
이런 점에 잘 알고 있던 경제학자 아사르 가브리엘슨 (Assar Gabrielsson)과 볼베어링회사 SFK의 엔지니어였던 구스타프 라슨(Gustaf Larson)은 안전하면서도 스웨덴의 환경에 적합한 차량을 구상하게 된다.
두 젊은이는 1926년 여러 회사의 부품을 모아 차를 한대 만들었다. 자금은 볼베어링 회사였던 SFK에서 지원받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1927년 스웨덴 남서부 예테보리 근처에 스웨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공장을 세웠다. 라틴어로 ‘나는 구른다’(I roll)는 뜻을 지닌 볼보(VOLVO)자동차가 탄생한 것이다.
세단형 차량을 주로 생산하는 볼보가 처음으로 만든 차는 오픈카였다. ‘야곱’이란 별칭으로 불렸던 1호차 'OV4'(Open Vehicle 4)는 탄탄한 섀시와 원통형 스프링을 앞뒤에 달았으며, 4기통 1.9X 엔진을 얹어 최고시속 90km를 기록했다.
하지만 혹한의 추위를 자랑하는 스웨덴에서 오픈카를 타기가 쉽지 않아 결국 외면당했다. 볼보의 두 젊은 창업자는 곧바로 톱을 씌운 PV4를 만들었다.
1929년에는 6기통 PV 651이 개발됐다. 이 차량은 야곱의 차체를 키우고 더 강한 프레임과 엔진 출력을 향상시켜 택시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당시 총 1,383대의 자동차가 판매되었고 이 중 27대가 첫 수출되기도 했다.
- ‘아마존’ 출시하며 명차 반열 등극
볼보는 2차대전 말기인 1944년이 돼서야 첫 번째 히트작을 만들게 된다. 소형차 개발팀이 볼보의 독자모델 PV 444를 개발한 것. 이 차는 1.4X 44마력 엔진을 얹었고, 앞유리에 처음으로 강화유리를 써 안전성을 높였다. PV444는 데뷔 후 바로 베스트셀러에 올라 21년 동안 44만대가 팔렸다.
베스트셀러카인 P444는 이후 볼보의 경영철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볼보는 한 모델의 생산기간이 8~21년에 이를 정도로 긴 수명을 자랑하는데, ‘좋은 평가를 받는 차는 계속 생산한다’는 볼보의 경영철학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볼보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특히 1956년 데뷔한 121/122S 시리즈는 북유럽의 신생자동차 회사였던 볼보를 ‘자동차 명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아마존’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 이 차량들은 전 세계에 수출되어 큰 인기를 모았으며, ‘볼보=안전’이란 인식을 심어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82년에는 볼보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격상시키는 차량이 등장한다. 바로 700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2.4∼2.9X 엔진을 얹은 700시리즈는 740과 760을 핵심모델로, 이후 ‘900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 볼보를 세계적인 고급자동차 업계 대열에 진입시켰다. 볼보 라인업 중 가장 럭셔리한 시리즈인 900시리즈는 90년대 이후 등장했다.
- 직선의 볼보, 곡선을 사용해 우아함을 더하다!
자동차 불모지에서 시작해 명차의 반열에 오른 볼보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바로 디자인이었다. 90년대 이전까지 생산된 볼보차량들이 대부분 직선으로 이뤄진 ‘각’ 잡힌 차량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볼보는 90년대 중반 들어 직선을 곡선으로 변경하면서 근엄해 보이던 볼보를 우아하게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최초의 시도는 컴팩트카 S40이었다. 95년 말 양산되기 시작한 이 차량은 인기리에 판매됐고, 이후 볼보의 모든 라인업이 곡선형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98년 5월에는 볼보 역사상 가장 많은 7조2천억원의 개발비를 들인 S80이 등장했다.
현재는 볼보는 99년 미국의 포드에 인수된 이래 포드자동차그룹의 주력브랜드로 활약 중이다. 현대적인 디자인과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갖춘 S40과 V40, 강하고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볼보의 변신을 주도하는 S60과 V70, 볼보자동차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C70 쿠페와 컨버터블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sniker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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