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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story

[SAAB] 터보 심장에 제트기 혈통 가진 날렵한 녀석!


“사브를 알면 사브만 탄다!”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난히 사랑을 받는 자동차브랜드가 있다. 바로 스웨덴의 사브(SAAB)다. 사브 애호가들은 사브를 두고 “지상에서 즐기는 제트기”라고 표현한다. 강력한 터보차저엔진과 날렵한 유선형 디자인이 흡사 제트기를 운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브는 1937년 설립된 스웨덴 항공기회사((Svenska Aeroplan AktieBolaget·SAAB)로부터 출발했다. 이 회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기를 제작하여 판매하는 항공기 메이커로서 기틀을 다졌고, 전쟁이 끝나자 1947년 자동차회사로 새롭게 태어났다.

▲‘터보차저’, 우린 심장이 달라!

사브가 생산한 최초의 터보차저엔진 차량은 1947년 6월10일 스웨덴의 ‘린세핑’ 본사 회의실에서 공개됐다. 이후 사브는 독립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제트기 기술을 적용한 전혀 다른 개념의 자동차를 선보이게 된다.

특히 사브는 항공기 엔지니어들이 자동차를 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브의 가장 큰 업적은 제트기에만 사용되던 터보엔진을 자동차에 최초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터보차저엔진은 원래 제트기들이 겪던 출력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로, 공기를 압축해 출력을 높여 엔진의 힘을 유지시켜 주는 기술이다.

사브는 이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했다. 터보차저엔진을 달아 지상에서도 폭발적인 출력을 낼 수 있도록 구현한 셈이다. 당시 개발됐던 차량들은 고속주행에 나서기까지 출력을 높이기 위해 꾸준한 가속을 해줘야 했지만, 사브의 터보차저엔진의 개발로 빠른 시간 내에 고속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터보차저엔진이 장착된 사브의 차량이 시장에 선보이자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유럽의 자동차메이커들은 이후 터보차저엔진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자동차의 속도는 눈부시게 빨라지기 시작했다.

▲바람을 가르는 유선형 외모

이뿐만 아니다. 항공기 제작에서 얻은 유체역학형 동체디자인을 자동차에도 적용한 것도 사브만의 특징이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차량들 대부분은 유체역학적 디자인을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차이점을 느낄 수 없지만, 당시만 해도 자동차에 이런 역학디자인을 적용한다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1947년 발표된 사브의 첫 프로토모델인 ‘사브 92.001’은 이 같은 유체역학적 디자인의 진수를 잘 표현해준다. 공기역학을 고려한 바디 등 항공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특이한 이 모델은 현재 당시 상태로 그대로 스웨덴의 사브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사브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느 요소 중 특징적인 것은 가로 세로로 3등분된 독특한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이 그릴 디자인은 1959년에 나온 소형차인 사브 95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1967년에 나온 사브 99 이후 사브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체성 혼란에도 매력은 여전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브에 대해 “날렵한 유선형 디자인에 폭발적인 엔진의 힘은 사브의 트레이드 마크로 상징된다”면서 “두 가지 신기술은 사브에 의해 실용화된 후 현재까지 자동차업체들이 신차를 개발할 때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사브는 과거의 혁신적인 모습과 기술을 찾아보기 힘들다. GM에 인수된 이후 미국 주도의 개발이 이뤄지면서 사브만의 색깔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인지 사브는 최근 미국의 신용경색으로 GM이 경영위기를 겪자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다.

사브 애호가들은 하지만 사브에 대해 여전한 애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폭발하는 터보차저 심장(엔진)에 바람을 가르는 유선형 외모(동체)를 뽐냈던 사브. 하늘을 가를 듯한 사브의 매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nikers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