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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story

[Green-Car] 無主空山 Green-Car 향한 글로벌 메이커들의 진검 승부-(1)

[해당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4월호에 게재됐습니다] 


“1회 충전으로 148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지난 3월11일 경기도 화성의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아주 특별한 신차가 공개됐다. 기아차가 야심차게 공개한 순수전기차 쏘울EV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실 쏘울EV와 같은 순수전기차는 이미 국내에 출시돼 있다. 제주도를 비롯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아차의 레이EV와 한국GM의 스파크EV, 르노삼성의 SM3 Z.E 등이 이미 출시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국내 최초로 출시됐던 현대차의 블루온까지 포함하면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는 모두 5종에 이른다. 

이뿐 아니다. 수입차 시장이 절대강자인 BMW코리아도 지난 3월15일 제주도에 전기차 i3를 출시했고, 세계 판매 1위 전기차인 닛산 리프 역시 제주도를 대상으로 공개됐다.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앞 다퉈 전기차를 출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차가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어서다. 실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도 전기차 테슬라가 출시된 후 급격하게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 이렇다 할 리딩기업이 없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서둘러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 ‘고효율&친환경’ 전기차 시대 막 올랐다

미국 북미오토쇼,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모터쇼와 함께 세계 3대 모터쇼로 불리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가 지난 3월16일 막을 내렸다. 제네바모터쇼가 3대 모터쇼로 불리는 이유는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참가해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유독 고효율의 친환경차들이 선을 보였다. 특히 효율과 환경문제까지 고려한 전기차가 대세였다. 강력해진 전기모터를 통해 주행성능이 월등히 개선됐고, 배기가스 배출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전기차는 제네바모터쇼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업계에서는 지난 2008년과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트렌드가 급격하게 고효율과 친환경에 치우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2008년 이후 급성장한 디젤차량들과 하이브리드카에 이어 이제는 전기차가 새로운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틀어쥔 업체는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소형전기차 시장에서는 일단 일본 브랜드들이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BMW와 벤츠를 중심으로 한 독일 브랜드들이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또 미국의 테슬라가 전기차 돌풍을 일으켰지만, 대당 1억원이 넘는 가격과 미국 서부 지역에 국한됐다는 점에서 찻잔 속 태풍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자동차업체들의 미래 시장임에도 아직까지 주도권을 쥔 리딩기업은 없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제네바모터쇼에서는 전기차들이 유독 많이 등장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BMW가 국내 출시 준비 중인 전기차 i3와 i8을 선보였고, 메르세데스-벤츠도 B클래스를 기반으로 개발한 전기차를 공개했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전기차 테슬라도 제네바모터쇼의 인기차량에 이름을 올렸으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아우디의 ‘A3 스포츠백 e-트론’과 폴크스바겐의 골프 GTE도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업체 중에서는 기아차가 쏘울EV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제네바모터쇼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전기차들은 대한민국 제주도에 대거 상륙했다. 지난 3월15일 개최된 제1회 제주전기차엑스포에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전기차들이 출품됐기 때문이다. 제주엑스포에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을 비롯해 BMW, 닛산 등 글로벌 업체들이 자사의 대표 전기차를 공개하며 치열한 기술력 경쟁을 펼쳤다. 


- 숨겨진 미래, 2차 연료전지차 

이뿐 아니다.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는 전기차와 함께 미래 친환경차 후보로 손꼽히는 연료전지차들도 등장했다. 

이와 관련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바로 현대차다. 현대차가 최초로 공개한 수소연료전지 컨셉트카 ‘HED-9(인트라도)’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인트라도는 36kW급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가 적용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통해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600km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완전충전도 단 10분 내에 가능해 전기차 이상의 관심을 받았다. 

혼다 역시 수소연료전지차 컨셉트카를 출품했다. 하지만 제원이 알려지지 않아 전문가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연료전지차가 전기차와 함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연료전지차가 궁극적인 친환경 연료이기 때문이다. 연료전지차는 대부분 수소를 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에 비해 높은 효율성은 실용성을 갖고 있다. 

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고용량 배터리의 성능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한 부피와 무게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반면 연료전지차는 대부분 액화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부피와 무게가 적고, 실용성이 높으며, 물만 배출해 높은 친환경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기차의 에너지원인 배터리에 충전되는 전기는 아직까지 화석연료를 통해 얻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전기를 통해 주행하는 만큼 친환경적이지만, 정작 1차 에너지원인 전기를 생산하는데는 결국 화석연료를 사용해야 하는 셈이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이런 점 때문에 ‘2차 연료전지차’를 전기차에 뒤를 이을 차세대 동력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가 그동안 수소연료전지차에 매진한 것 역시 앞날을 내다본 혜안이었던 것이다. 


- 차세대 친환경차의 주도권은 어디로

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연료전지차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도, 전기차가 한발 앞서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이미 전기차 상용화 준비를 끝낸 만큼, 아직 실용화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연료전지차에 앞서 자동차업계의 트렌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자동차업체들 또한 이 같은 내용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전기차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은 어느 누구도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테슬라가 한발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미국 시장에만 국한돼 있어 아직까지 트렌드리더로 부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트렌드가 자리매김한 전기차 시장. 아직까지 리딩기업이 없는 무주공산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맹주는 과연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