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4월호에 게재됐습니다]
‘100억원 당기순손실!’
지난해 수입차 업계 1위를 달성한 BMW그룹코리아의 성적표다. BMW그룹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1728억원에 35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1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BMW코리아의 적자 배경은 환율로 인한 손실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장사를 잘하고도 적자를 봤지만, BMW그룹코리아는 크게 상심하지 않았다. 1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관계사인 BMW파이낸셜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1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수입업을 통해서는 손실을 봤지만, 할부금융업을 통해 만회했기 때문에 전체를 놓고 보면 손해를 입지 않은 셈이 된 것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할부금융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연간 10만대 이상으로 수입차 판매량에 힘입어 황금알을 낳는 금융업으로 불리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수입차 상위 4개사가 운영하는 할부금융업체들은 높은 수익을 올렸다. 업계 1위 BMW의 할부금융사인 BMW파이낸셜서비스가 156억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계열 MBK파이낸스는 150억원, 한국닛산 계열 RCI파이낸셜(르노삼성 포함)은 52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래서일까. 할부금융업종에 뛰어드는 금융사와 수입차 업체들 역시 증가하고 있다. 올해 초 우리캐피탈이 재규어랜드로버와 금융MOU 계약을 체결했고, 수입차 빅딜러로 평가받는 도이치모터스는 아예 자체 할부금융사를 설립했다.
수입차 대중화 시대를 맞아 높은 이익을 내고 있는 새로운 블루오션 ‘할부금융’업에 대해 알아봤다.
- 수입차업계 성장에 할부금융도 규모 늘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15만6479대로 전년 13만858대보다 19.6%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수입차 신규 등록 수가 전년 대비 늘어난 17만여대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전속 할부금융사’를 지목한다. 수입차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 2010년부터인데, 당시 수입차업체들이 잇달아 선보인 ‘원금 유예 할부 프로그램’이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시말해 수입차 전속 할부금융사들이 ‘원금 유예’ 프로그램 같은 다양한 금융상품들을 출시하면서 고가로만 인식되던 수입차가 충분히 살 수 있는 가격대로 내려왔다는 것.
실제 수입차 전속 할부금융사들은 과거 연 10~15%의 고금리 상품만을 운영했다. 하지만 국내 캐피탈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파격적인 프로모션과 함께 낮은 금리의 상품 등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2010년에서 11년까지 유행했던 ‘원금 유예’ 프로그램이다. 원금 유예 프로그램은 차량 가격의 30% 만을 선금으로 낸 뒤 잔금의 10%를 이자로 3년간 내고, 이후 3년이 지나면 나머지 70%의 잔금을 한번에 내는 방식으로, 높은 가격대의 수입차를 쉽게 소유할 수 있게 돼 젊은 층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 제도는 지난해부터 ‘카푸어’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수입차 구매의 최대걸림돌이었던 ‘가격 요소’가 할부금융사들의 금융상품을 통해 해소되면서 수입차업체들은 그야말로 봄을 맞았다. 2010년 이후 해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수입차업체들과 함께 전속 할부금융사 역시 규모가 성장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본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공격적인 무이자 할부 판매에도 나서고 있다. 실제 BMW를 비롯한 메르데세스-벤츠 등의 전속 할부금융사는 본사로부터 운영자금 중 일부를 차입해 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채권을 발행하기도 한다. 지난 2012년 말 두 회사는 각각 1000억원대 채권을 발행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해외의 본사보다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나이스기업평가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수입차 전속 할부금융사들이 직접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며 “자금 조달이 쉬워지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졌고, 이런 부분이 수입차 업계의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이 풍부해지면서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사보다 더 낮은 금리에, 더 많은 프로모션을 제공하며 수입차 판매에 나서고 있다. 한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전속 할부금융사에서 상당한 수준의 프로모션을 제공할 때에는 수입차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면서 “사실상 수입차 판매량을 결정짓는 것은 브랜드가 아닌 전속 할부금융사인 셈”이라고 귀띔했다.
- 獨-日 수입차업체, 전속 할부금융사 운영 중
그래서 일까. 국내에서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수입차업체들 곁에는 전속 할부금융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업계 1위의 BMW는 물론, 벤츠와 아우디, 토요타와 닛산까지 자체 할부금융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단연 BMW다. BMW는 2001년 할부금융사인 BMW파이낸셜서비스(이하 BMWfsk)를 설립해 국내 8개 공식 딜러사를 통해 할부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BMW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절반가량이 BMW파이낸셜서비스의 할부금융서비스를 통해 판매된다. BMW파이낸셜서비스는 지난해 총 5726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으며, 7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앞서 밝힌 것처럼 당기순이익만 156억원에 달했다.
프리미엄의 대명사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역시 전속 할부금융사인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이하 MBfsK)를 통해 3671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69억원이며, 1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겼다.
한 집안 식구인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2010년 7월에 설립됐으며, 지난해 583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과도한 영업비용 탓에 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일본계 수입차 브랜드들 역시 전속 할부금융사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 토요타와 렉서스를 수입하고 있는 한국토요타는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이하 TOYOTAfs)는 2005년 200억원의 들여 설립했다. TOYOTAfs는 지난해 1370억원의 영업수익과 5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잡손실이 많아 13억원(당기순손실)의 손해를 봤다.
닛산과 인피니티를 판매하는 한국닛산은 모기업인 르노그룹 산하의 RCI은행 계열 RCI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이하 RCI코리아)를 통해 할부금융 상품을 제공한다. RCI코리아는 2003년 설립됐으며, 2009년 르노삼성의 할부금융 사업을 삼성카드로부터 인수받아 닛산과 인피니티, 르노삼성의 할부금융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RCI코리아는 지난해 3236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으며, 687억원의 영업이익과 5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계 수입차 브랜드들은 전속 할부금융사가 없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코리아와 포드코리아가 여기에 해당된다. 피아트 관계자는 “수입차 딜러들이 각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할부금융사와 계약을 맺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할부금융사들을 통해 비교견적을 볼 수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 경쟁 없는 영업으로 수익 올려
수입차업체들의 전속 할부금융사들이 이처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수입차업체와의 ‘패키지 영업’을 통해서다. 수입차업체들이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소비자들이 제공받으려면 대부분 전속 할부금융사를 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직에 있는 한 딜러는 “대부분의 수입차 고객들이 원하는 최고의 혜택은 현금할인과 다양한 편의장비를 제공해주는 프로모션인데, 이는 대부분 전속 파이낸셜을 이용해야만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면서 “현금할인과 편의장비 부착을 통해 줄어든 차량판매액을 전속 파이낸셜 상품의 이자를 통해 보전 받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조삼모사’인 셈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이를 거부하기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일단 눈앞에 보이는 백만원 이상 단위의 현금할인 유혹을 쉽게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딜러들 역시 전속 할부금융사 외에 다른 할부금융상품을 소개해주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랜 고민 끝에 수입차를 사기 위해 왔지만, 정작 할부금융 상품은 비교조차 못한 채 추천 상품으로 선택해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그래서 수입차 업계에서는 할부금융업을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부른다. 치열한 홍보경쟁을 뚫고 고객에게 차량을 판매하면, 할부금융사는 가만히 앉아서 매출을 올리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직접 할부금융사를 선택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 경우에는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입차 브랜드 전속 할부금융사인 만큼 제공되는 프로모션도 해당 브랜드에만 국한돼 있고, 다른 할부금융사를 선택하겠다고 하면 앞으로 발생할 이자수익이 사라지기 때문에 프로모션 제공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게 할부금융사들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수입차 업체들의 전속 할부금융사들에 대해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평가와 함께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수입차 전속 할부금융사들의 영업행위는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소비자들도 차량구매시 다양한 여신업체들과 비교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의 한 딜러는 이와 관련 “현명한 소비자라면 딜러사에서 제공하는 프로모션과 혜택을 받은 후, 할부상품만 주거래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면서 “마이너스 통장이나 주거래 은행의 자동차론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CAR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Green-Car] 無主空山 Green-Car 향한 글로벌 메이커들의 진검 승부-(1) (0) | 2014.09.05 |
---|---|
세련된 CUV! 세단의 편안함과 SUV의 효율을 더하다 (0) | 2014.08.29 |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영토쟁탈전 (0) | 2014.08.28 |
[Porsche] 한국법인 출범과 동시에 신차 대거 출시, 리더들 잡겠다! (1) | 2014.08.11 |
[New Cars] 쏟아지는 신차, 골라타는 재미가 있다. (0) | 2014.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