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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story

[Nissan] 파산 직전에서 글로벌메이커로 ‘탈태환골’


 일본 내 2위의 글로벌 자동차기업 ‘닛산’.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는 닛산이지만, 지난 1999년 이 회사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1998년 277억엔의 적자를 기록한 것에 이어 1999년에는 6,844억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파산직전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닛산그룹의 현재 모습은 세계 1위 도요타 자동차를 위협할 정도다. 르노자동차그룹에 위탁경영을 맡긴 후 일본기업 풍토에서는 금기에 가까웠던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부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파산 직전에서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로 부활에 성공한 닛산자동차를 살펴봤다.


 
◆ 닛산의 모태는 일본 순수 국산차 1호 ‘닷토’

 
일본 자동차산업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닛산’의 역사는 1914년 카이신샤(快進社:Kwaishinsha)의 설립자 하시모토(橋本增次郞)로부터 출발한다.
 
당시 일본은 GM, 포드 등 외국 자동차회사들이 수입되면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던 시기였다. ‘일본의 소형 국민차’를 개발하려는 꿈을 갖고 있던 하시모토는 백양사와 실용자동차 회사와 합병해 ‘닷토자동차제조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이곳에서 일본 순수기술로 만든 자신의 1호차인 ‘닷토’를 개발했다.


 
그러나 닷토는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GM과 포드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일본 내 시장을 점령해가면서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일본의 재벌기업 도바다그룹의 회장이었던 아유가와 요시스케(鮎川義介)가 자동차 산업 진출을 선언하며, 1931년 닷토를 인수했다. 닛산의 설립자였던 하시모토는 자신의 일생을 바친 회사가 넘어간 사실에 충격을 받아 이후 '자동차'를 영영 떠났다.
 
닷토의 새주인이 된 아유가와는 설립자였던 하시모토의 뒤를 잇기로 하고, 새로운 차량을 개발해 선보인다. 500cc 4기통 엔진의 4인승 차량인 ‘닷산(DATSUN)’이다.
 
이후 1933년 12월26일 닛산의 실질적인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제조주식회사(自動車製造株式會社)'가 설립됐다. 하지만 이 회사는 다음해인 1934년 회사명을 현재의 닛산(日産自動車工業株式會社)으로 다시 변경했다.


 
◆ 근대 설비 갖춘 닛산, 도요타와 치열한 경쟁 통해 성장

 
닷토를 통해 닛산을 설립한 아유가와는 이후 낡은 기계와 설비로는 해외의 자동차회사들과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근대식 공장을 설립한다. 이후 닛산은 일본 내의 GM과 포드를 따돌리면서 돌풍을 주도했고, 호주로 수출까지 하는 흑자회사가 된다.
 
그러나 잘 나가던 닛산도 제2차 세계대전의 불씨를 피해갈 순 없었다. 일본의 패전으로 닛산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전시 상황에서 무리하게 확장했던 사업들은 닛산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그러나 대대적인 경영진 교체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한 닛산은 다시 조직을 재정비해 도약에 나선다. 1947년에는 닷산의 생산을 재개하면서 일본 자동차업계 1위의 도요타를 앞지르기도 했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닛산에게 도약의 기회가 됐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으로부터 군용트럭을 대량주문 받으면서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1960년부터는 도요타와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닛산이 1959년 영국의 오스틴 모델을 바탕으로 한 블루버드(BlueBird)가 1년에 20만대가 판매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도요타는 곧바로 코로나(Corona)를 개발해 대응했다. 하지만 판매전략 면에서 앞선 도요타가 기술이 뛰어난 닛산을 조금씩 앞질렀다.

 
◆ 파산직전까지 갔던 닛산, 곤의 시대를 열어

 
도요타와 일본 내 자동차시장을 양분하며 성장가도를 달리던 닛산은 1990년대 접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일본 내 장기불황으로 인해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적자 폭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1998년 277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던 닛산은 다음해인 1999년 6,844억엔이라는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며, 파산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적자의 늪에 빠져버린 닛산은 결국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 닛산의 지분을 르노자동차에 넘기고, 위탁경영을 시작한 것. 구조조정을 통한 정리해고조차 하지 않던 닛산으로서는 엄청난 선택을 한 셈이다.


 
이후 대표로 취임한 카롤로스 곤 사장은 닛산 설립 최초로 엄청난 규모의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과감한 비용절감을 목표로 내세운 곤 대표는 취임 이후 5개 공장의 문을 닫았고, 총 직원의 15%를 줄였다. 부품 제공업체도 줄였고, 4,200억엔 상당의 자산(85%)을 매각했다.
 
그 결과 닛산은 2001년 3,720억엔의 순익을 내며 부활에 성공했다. 특히 닛산의 흑자행진은 올해에도 이어져, 3분기까지 833억엔(약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 자동차업체 빅3(도요타-닛산-혼다) 중 최고 실적이다.

 
◆ 소형차에 대한 욕망, 도전은 계속된다!

 
파산직전까지 갔다가 부활에 성공한 닛산은 현재 알티마를 필두로 여러 종류의 차량들을 판매하고 있다. 소형차량인 베르샤(versa)와 큐브(cube), 센트라(Sentra) 등이 판매되고 있으며, 대표 차종이라 할 수 있는 알티마(Altima), 맥시마(Maxima) 등 중형라인업이 있다. 스포츠라인업에는 350Z과 GT-R 등이 판매되고 있다.
 
북미대륙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SUV 차량으로는 로그(Rogue), 무라노(Murano), 엑스테라(Xterra) 패스파인더(Pathfinder) 아르마다(Armada) 등이 있다. 프런티어와 티탄 등의 트럭도 판매 중이다.


 
이외에도 닛산은 ‘인피니티(Infinity)’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인피니티는 도요타의 렉서스나 혼다의 레전드와는 달리, 유럽 자동차메이커들이 강점으로 뽑고 있는 퍼포먼스와 스피드에 주안점을 둬 만든 브랜드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닛산에 대해 “일본 차량 중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앞선 기술을 갖고 있지만, 판매전략과 마케팅 등이 따라주지 못해 도요타에 밀리는 안타까운 브랜드”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 이미 르노삼성이 닛산의 모델 등을 들여와 생산하고 있어, 닛산의 국내 진출 과정에서 차별화 전략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SUV형인 무라노와 로그가 좋은 평가를 얻고 있어 세단 차량들의 약진도 기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