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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ing Review

[Mercedes-Benz] 보는 순간 갖고 싶은 The New SL63 AMG

[해당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7월호(통권 34호)에 게재됐습니다]


“크르릉!”

스티어링휠 뒤에 자리한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맹수의 울음소리가 귓가를 압박한다. 배기음에 따라 샘솟는 아드레날린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가속페달을 밟고 곧바로 도심으로 나갔다. 차량이 설 때마다, 아니 내가 가는 곳이라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온몸에 느껴졌다. 

이들의 시선을 뒤로 하고, 굉음과 함께 도로를 달려 나갔다. 도심을 벗어나 고속주행이 가능한 수도권 근교에 이르자, 세련되고 아름다운 자태 대신 맹수의 본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의 차들을 모두 앞지르며, 바람을 맞는 기분은 그야말로 세상의 주인이 된 듯한 느낌이다. 

보기만 해도 흥분되고, 달리기 시작하면 멈추고 싶지 않은 ‘마성의 주인공’ 메르세데스-벤츠의 하이엔드 럭셔리 스포츠카 SL 63 AMG을 만나봤다. 


- 전설의 클래식카 300SL을 잇다

첫인상부터 남다른 SL 63 AMG은 1952년 레이싱카로 첫선을 보였던 전설적인 클래식카 300SL의 DNA를 물려받은 스포츠카다. 300SL은 1954년 걸윙 버전으로 출시된 후, 지금까지 60년 동안 스포티한 성능과 매력적인 디자인, 혁신적인 기술 등을 상징하는 최고의 클래식카로 자리매김해오고 있다. 

시승차로 등장한 SL 63 AMG은 6세대 모델로, 이전 세대보다 더 가벼워지고 더 강력해진 성능을 자랑한다. 벤츠 최초로 올 알루미늄 바디 셀을 적용했으며, 강성 역시 20% 향상돼 더욱 강력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첫인상은 그야말로 매력적이다. 독수리를 연상시키는 벤츠 특유의 패밀리룩이 적용돼 중앙의 커다란 라디에이터그릴과 조화를 이룬다. 남성적이면서도, 날렵함이 느껴지는 전면 디자인은 그야말로 최고급 럭셔리 스포츠카의 진수를 보여준다. 여기에 LED 라인이 들어간 쌍커플과 그 위로 깜박거리는 방향지시등은 마치 헐리웃 유명 배우의 윙크를 보는 듯 하다. 

시선을 돌려 옆을 보면 앞이 길고 뒤가 짧은 로드스터의 전형적인 비율을 보여준다. 자그마한 체구에 배기량 5461cc의 V형 8기통 AMG엔진을 넣었으니, 당연히 앞이 길 수밖에 없다. 

약간 짧아 보이는 리어 부문은 근육질의 라인이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이곳을 타고 눈을 뒤로 돌리면 특유의 날렵함이 살아 있는 LED 리어 램프가 자리하고 있으며, 리어 범퍼 아래에는 크롬으로 도금한 듀얼 더블 머플러가 햇빛을 반사하며 자태를 뽐낸다. 

무엇보다도 SL 63 AMG의 외관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식스팩’이다. 보닛 위의 후드와 ‘아가미’로 불리는 사이드 리플렉터가 각각 세줄씩 연결돼 흡사 식스팩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는 SLK라인과 비슷하다. 다만 변속기 레버에 AMG를 상징하는 월계ㅤㄲㅘㄴ 로고가 새겨졌으며, 강렬한 레드 계열의 버킷 시트가 몸을 꽉 잡아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 밟는 순간, 폭발하는 무서운 가속력

멈춰 서 있을 때도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는 SL 63 AMG의 진가는 주행을 시작하면 드러난다. 시동과 함께 공간을 찢는 듯한 배기음이 들려오면 손은 어느새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스포츠플러스(S+)’ 모드로 바꾸게 된다. 컴포트(C) 모드로 주행할 경우 복합연비 7.8km/L의 의외로 효율적인 연비를 기록하지만, 이 차는 연비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도심을 벗어나 콘솔박스 앞에 위치한 컨버터블 오픈 스위치를 작동한 후, 차량의 뚜껑을 열고 고속국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부러움 시선을 뒤로 한 채 가속페달을 밟자, AMG 엔진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급가속에 나서면서 차량의 속도계가 곧바로 200km/h을 넘어섰다. 더 깊게 페달을 밟아도 힘이 넘치는 듯 더욱 빨리 속도를 높여 줬다. 고속운전을 자주 했음에도 AMG 엔진의 힘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고속 국도를 벗어나 양평 일대의 와인딩 코스에 접어들자, 이번에는 벤츠 특유의 코너링 능력이 빛을 발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좁은 산길에도 조금의 스티어(밀림 현상)를 일으키지 않고, 빠른 속도로 중심을 잡으며 코너링을 이어갔다. 마치 운전자가 산기슭을 뛰어노는 한 마리 맹수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화려한 스타일에 매혹적인 주행성능, 그리고 뼈대 있는 유전자까지 갖고 있는 SL 63 AMG의 가격은 2억890만원이다. 배기량 5461cc 신형 V형 8기통 바이터보 엔진을 통해 최고출력 537마력(@5250~5750rpm) 최대토크 81.6kg*m(@2000~4500rpm)의 힘을 내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4.3초만에 주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