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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story

[ISSUE MOTOR-SPORTS 04] 레이싱 머신을 가로막는 걸림돌

모터스포츠산업은 그야말로 급성장 중이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국제대회만 5개에 달할 정도다. 여기에 (사)한국자동차경주협회에 따르면 올해 모터스포츠 예상관람객은 무려 40만명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프로야구, 축구, 농구에 이어 배구(연간 35만여명)와 비슷한 규모의 스포츠로 발전한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모터스포츠산업의 발전 속도는 답답할 더디 편이다. 전국 곳곳이 고속도로로 연결돼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서킷을 찾을 수 있지만, 정작 경기가 열리는 날의 관중석은 허탈할 정도로 비어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CJ수퍼레이스를 주관하고 있는 CJ그룹 스포츠마케팅팀의 김동빈 팀장과 KSF를 주관하는 이노션의 서원 팀장과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해봤다. 


- 불필요한 법령과 열악한 환경

서원 이노션 스포츠팀장은 국내 모터스포츠산업의 발전이 더딘 가장 큰 원인으로 ‘불필요한 법령’과 ‘열악한 환경’을 지목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순정상태 중심으로 시장이 조성돼 있어 성능향상, 외관개조 등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의 희망사항을 법률로 금지하고 있다”면서 “모터스포츠 산업은 튜닝시장의 발전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를 법률로 규제하고 있어 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튜닝 기술력은 유럽과 미국, 일본 등 모터스포츠 선진국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보다 뒤떨어져 있다. 법률로 자동차 튜닝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기술력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국내 튜닝 제품들이 동남아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튜닝을 금지한 법률이 국내 모터스포츠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뿐 아니다. 서원 팀장은 열악한 인프라도 모터스포츠 산업의 발전을 저행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법률에 따라 차량을 튜닝해도 정작 달릴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일반인 모터스포츠 마니아가 주행을 할 수 있는 곳은 전남 영암의 F1 코리아인터내셔날서킷과 강원도 태백의 레이싱파크가 유일하다. 용인의 스피드웨이는 현재 문을 닫은 상태고, 근래 개장한 인제 스피디움은 일반인들을 위한 ‘스포츠주행권’에 대한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이 밀집한 서울 및 수도권 내에 서킷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앞서 밝힌 일반인 주행이 가능한 서킷 중 영암 F1 서킷은 왕복 8시간, 태백 레이싱파크는 왕복 6시간이 걸린다. 당일코스로는 가기 어려운 셈이다. 

법률이 정하는 선에서 어렵사리 튜닝을 한도 해도 정작 마음 편히 달릴 곳이 마땅치 않은 셈이다. 서원 팀장은 “모터스포츠를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모터스포츠산업의 활성화의 지름길인데,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이 마땅치 않으니 모터스포츠 산업 육성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자동차메이커들의 무관심이 발전 막는다

CJ수퍼레이스의 김동빈 팀장은 모터스포츠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국내 자동차 메이커’를 지목했다. 그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로 인해 자동차메이커들이 모터스포츠산업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모터스포츠대회를 자동차기업이 아닌 생활문화기업인 CJ그룹과 지자체들, 그리고 타이어 회사들이 후원하고 있는 상황이 이상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가 약 80%에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경쟁메이커들의 마케팅 활동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별하게 기술개발을 하거나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아도 차량이 잘 팔리는 상황에서 굳이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쟁업체들 역시 모터스포츠산업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쉐보레 레이싱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아예 모터스포츠대회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타이어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타이어업체로 성장한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는 국내 모터스포츠대회에 오피셜(타이어 공급업체)로 참여하고는 있지만, 정작 해외 활동에 더 적극적이다. 후발업체인 넥센타이어가 ‘스피드 챌린저’를 주관하며 모터스포츠산업을 주도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동빈 팀장은 “모터스포츠산업의 주체가 돼야할 기업들은 국내가 해외로만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모터스포츠산업이 발전하기는 요원하다”면서 “모터스포츠산업을 즐길 수 있는 수도권 내의 서킷 확충과 함께 자동차메이커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