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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story

[Trend] 같은 뼈대 다른 차량, 비용절감 경쟁 벌이는 독일 3사

[해당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6월호(통권 45호)에 게재됐습니다] 


귤화위지(橘化爲枳)를 아시나요?


중국 고전 <춘추>에 등장하는 고사성어인 ‘귤화위지’는 “귤이 회수(지금의 화이허강)을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의미로 같은 종인데도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열매를 맺게 된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만큼 환경의 중요성과 다양성을 강조한 말이다. 


기원전에 등장했던 이 고사성어가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비롯한 글로벌 메이저사들이 같은 뼈대(이하 플랫폼)로 여러 종류의 차량들을 만들고 있어서다. 국내 최대 자동차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글로벌 메이저업체들이 이처럼 플랫폼을 통일하는 이유는 바로 비용절감 때문이다. 플랫폼은 통상 천억원대 이상의 개발비용이 들어가는데, 한 플랫폼으로 다양한 차종을 만들 수 있으면 그만큼 개발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 독일 3사, 플랫품 줄이기 나서


플랫폼 통일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글로벌 수입차시장의 맹주로 군림하고 있는 독일 업체들이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기업으로 평가받는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는 물론, 독일 최대 자동차기업인 폭스바겐그룹, 그리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BMW그룹 등이 모두 플랫폼 통일을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BMW그룹이다. BMW그룹 R&D 총괄 헤르베르트 디스(Herbert Diess) 박사는 독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MW는 앞으로 전륜 구동 플랫폼 1개와 후륜 구동 플랫폼 1개 등 총 2개의 플랫폼을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 전기차량 전용 플랫폼과 신차 플랫폼은 여기에서 제외한다고 덧붙였다. 


BMW그룹은 현재 소형 및 준중형 세단에 사용하고 있는 콤팩트용과 중형 및 대형세단용, 그리고 중형 SUV용 및 대형 SUV용 등 4개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플랫폼 통합을 통해 1, 2시리즈 및 소형 SUV에 사용되는 전륜구동 플랫폼과 3, 5, 7시리즈 및 X3, X4, X5, X6 등에 사용되는 후륜구동 플랫폼 등 단 2개의 플랫폼을 사용할 계획이란 설명이다. 


벤츠도 플랫폼 줄이기에 나선 상태다. 앞으로 4개의 플랫폼만을 사용할 계획이다. 벤츠는 전륜구동 ‘MFA’, 후륜구동 ‘MRA’, 대형 크로스오버(SUV 포함) ‘MHA’, 스포츠카 ‘MSA’로 정리된다. 


폭스바겐은 아예 플랫폼은 하나로 통일한다. 바로 MQB가 그것이다. 자동차업계에 센세이션으로 불리고 있는 MQB는 과거 플랫폼과 달리 모듈화된 블록 방식을 적용해 소형부터 중형세단은 물론, 대형 크로스오버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확장이 가능한 변신형 플랫폼인 셈이다. 


이미 7세대 골프를 MQB를 기반으로 개발한 폭스바겐그룹은 앞으로 폴로, 시로코, 비틀, 제타, 파사트, CC, 티구안까지 다양한 차종들의 플랫폼을 모두 MQB로 만들 계획이다. 또한 저가브랜드인 스코다는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에도 MQB를 적용(A3세단은 이미 적용)할 계획이며, 하이브리드 모델은 물론, 전기차까지 MQB를 통해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플랫폼 통일 후엔 모듈카 시대 오나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 3사가 이처럼 플랫폼 통일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정답은 높은 ‘비용절감 효과’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 중형세단 개발비용에는 약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는데, 이중 최소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플랫폼 개발비용이다. 이 개발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차종을 만들어낼 수 있는 효율적인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플랫폼을 공유하게 되면 부품공유도 가능해진다. 개발비용도 줄이면서, 부품도 공유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업체들 입장에서는 최적의 선택인 셈이다. 



반면 같은 뼈대를 사용하는 만큼, 비슷한 성능의 차가 나올 우려 역시 공존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진과 부품의 세팅, 그리고 외관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의 차량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폭스바겐그룹은 폭스바겐 투아렉, 아우디 Q7, 포르쉐 카이엔의 뼈대를 같이 쓰고 있지만, 3차종의 성격이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일까. 플랫폼 통합 이후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제조사 별로 플랫폼이 통일되면, 이후부터는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의 모듈화가 다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듈카의 시대를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국내 한 자동차업체 연구원은 이와 관련 “플랫폼 통일 이후에는 소비자가 성능을 결정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의 시대에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며 “구글의 폰블록(조립형 스마트폰)처럼 차량 구매자들이 직접 차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모듈화의 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