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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ing Review

Luxury Off-Roader, Discovery4 vs Benz G-class

[해당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2013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 그 위를 사각형의 각진 차가 거침없이 지나간다. 

겨울철을 맞아 4륜구동(4WD) SUV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 출시돼 많은 관심을 모았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에 이어 지난 12월 초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전설적인 4WD 차량인 G-class가 출시되며 수입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바퀴 모두에 구동력을 전달할 수 있고, 비포장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만든 차량을 통칭해 ‘오프로더(Off-Roader)라고 부른다. 이 같은 오프로더는 대부분 프레임 방식으로 제작되며, 두꺼운 철판과 각진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국내 완성차 중에서는 기아차의 대형 SUV인 모하비가 그나마 오프로더에 속하며,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는 지프(Jeep)의 랭글러 라인과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벤츠의 G-class 등이 오프로더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오프로더라고 해서 다 같은 오프로더는 아니다. 인테리어와 성능에 따라 등급이 나눠진다. 특히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와 벤츠 G-class은 강인한 외모에 역동적인 성능, 그리고 화려한 인테리어와 편의사양으로 럭셔리 오프로더로 평가받고 있다. 

웬만한 럭셔리세단의 편의사양보다 더 화려한 옵션과 성능을 갖췄지만, 길이 아닌 곳에서 더욱 빛나는 럭셔리 오프로더 디스커버리4와 벤츠 G-class를 살펴봤다. 


- 화려한 4륜 황제 G-class


오프로더의 대명사는 사실 지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전술지휘차량으로 사용된 지프가 종전 이후 귀향군인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면서 일반차량처럼 사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합군을 지프를 개발하기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당시 독일군의 전술차량이었던 G5의 뛰어난 기동력으로 인해 연합군이 곤혹을 치렀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차개발이 금지됐던 독일은 사륜구동 차량 개발에 매진했고, 그 결과 1937년 G5를 탄생시켰다. 

연합군의 간담을 서슬케 했던 4WD의 원조인 독일 G5는 1970년대 메르세데스-벤츠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럭셔리 오프로더의 황제로 불리는 G-class가 주인공이다. 

1979년 탄생 초기만 해도 정통 오프로더로 개발됐던 벤츠 G-class는 지난 33년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결과 벤츠의 프리미엄 세단을 능가하는 럭셔리 차량으로 변신했다. 최고급 인테리어와 첨단 편의장비에 전투차량에 버금가는 강인한 주행성능 등이 더해져 전 세계 부호들의 애마로 우뚝 선 것이다. 

특히 벤츠 G-class는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리더들에게 높은 사랑을 받고 있다. 1980년대에는 요한 바오로2세의 의전차로 사용됐으며, 90년대 중반이후에는 중동과 아프리카 왕족들의 차로 높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 역시 G-class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캘리포니아주 주지사에서 영화배우로 돌아온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물론, 브란젤리나 커플, 브리티니 스피어스 등도 G-class 마니아다. 국내에서는 강호동, 정우성씨의 애마로 알려져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국내에 지난 12월 초 새로운 디자인의 New G-class를 선보였다. 33년만에 업그레이드된 모델로, 지난 4월 중국 베이징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모델이다. 신형 G-class는 각진 남성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중후함을 살린 디자인이 인상적이며, 신형엔진과 다양한 첨단기술 등이 적용됐다. 

G-class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독일병정 같다. 독일 특유의 자신 있는 무뚝뚝함이 묻어난다. 디자인을 살펴보면 외관은 앞서 밝힌 것처럼 직선미를 강조한 33년 전의 디자인 정통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직선과 직선을 연결한 만큼 사각형의 각진 모습이 클래식해 보인다. 과거 모델들과 살펴봐도 바뀐 부분을 한눈에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반면 세줄 루부르 라디에이터그릴, LED 주간주행등, 사이드 미러 등을 세련되게 다듬었다. 

내부는 완전히 바뀌었다. 계기판과 센터콘솔이 새로운 모습으로 디자인됐고, 두 개의 원형 계기판 사이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에는 LCD가 장착돼 다양한 차량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국내 출시 모델의 경우 크롬 스타일 라디에이터, 발광 도어 패널, 스피커 커버 및 시트 조절 스위치와 스페어 휠 커버, 사이드 바 등이 장착됐다. 또 강인한 G-class의 역동성을 강조해주는 가죽 커버 대쉬보드와 앰비언트 라이트, 알칸타라 블랙 루프라이너 등이 포함돼 익스크루시브 패키지도 기본으로 적용됐다. 

그러나 오프로더의 진가는 주행성능에 있다. 이에 기자는 G-class로 지난 11월27일 강원도 평창의 눈 덮인 대관령 일대를 주행했다. 시승 전날 대관령 일대에는 눈에 내려 시승코스 대부분이 눈에 덮여 있었다. 

주행에 나서자 가장 먼저 접한 곳은 영하에 날씨에 살얼음이 낀 하천이었다. G-class는 폭이 1m에 가까운 하천을 아무런 장비없이 그냥 도강했다. 단순히 저단 기어비(Low-range ration) 만을 사용했을 뿐이다. 이어 눈이 얼어붙은 대관령 정상을 향해 나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흙이 파헤쳐진 구덩이를 두 바퀴만으로 넘어가며 정상에 도착했다.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운전자를 교체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 코스에서는 미끄러운 눈길과 경사각 15도 이상의 구덩이 장애물을 통과했다. 특히 포크레인으로 파헤쳐진 것 같은 15도 이상의 경사각에서는 차량이 마치 땅이 박힐 것처럼 보였지만, 바닥을 가볍게 치고 올라와 G-class의 남다른 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 

G-class가 이처럼 역동적인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벤츠만의 특별한 기술력이 들어간 상시 4륜 구동시스템 덕분이다. 특히 4ETS(Electronic Traction System) 기능이 포함된 ESP 시스템이 눈에 띄는데, 이 기술은 공회전하는 바퀴는 제동을 걸어주는 대신 지면에 접지된 바퀴쪽에는 나머지 토크를 밀어주는 기술이다. 

여기에 디퍼런셜 락(Differential Locks) 기능은 더욱 강한 힘을 실어준다. 이 기능을 켜면 네 바퀴 중 접지력이 가장 좋은 한 바퀴에 나머지 세 바퀴의 토크를 몰아줘 바퀴가 헛도는 험로에서도 차량을 이동시킬 수 있다. 

벤츠는 국내에 New G350 BlueTec(VAT포함 1억4800만원)과 New G63 AMG(VAT 포함 2억900만원) 모델을 선보였다. 이중 벤츠의 청정기술인 블루텍을 적용한 New G350 BlueTec은 배기량 2987cc 신형 V6 디젤 엔진과 자동 7단 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211마력(@3400rpm)이며 최대토크는 55.1kg‧m(@1600~2400rpm)이다. New G63 AMG 모델은 V8 바이터보 AMG 엔진에 AMG 스피드 쉬프트 플러스 7G트로닉이 장착됐다. 최고 출력은 544마력(@5500rpm)이며 최대토크는 77.5kg‧m(@2000~5000rpm)이다. 


- 고요한 숲의 제왕 Discovery4


독일군의 G5에 대적하기 위해 만든 연합군의 4륜구동 모델은 전후 3종류의 메이커로 진화했다. 이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4WD 모델은 크라이슬러그룹의 디비전인 지프다. 이와 함께 미국은 군수용 브랜드로 ‘험비’를 만들어 지금도 전술지휘차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군은 전후 4WD 모델에 알루미늄 차체를 씌워 미국과는 전혀 다른 오프로더를 만들었다. 특히 숲이 많은 영국과 유럽 지형에 최적화됐으며, 영국 왕가의 4대 자동차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바로 랜드로버다. 

랜드로버가 미국 4WD 모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띄게 준 가장 큰 이유는 강철을 차체로 사용했던 미국과 달리 알루미늄을 차체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랜드로버는 전쟁 직후 부족한 철 대신 차체에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알루미늄은 강철보다 강성이 약하기는 하지만, 가볍고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 수 있어 랜드로버를 유려한 디자인을 완성하는데 일조를 하기도 했다. 

랜드로버는 현재 프리랜더2, 레인지로버, 이보크, 디스커버리4, 디펜더 등을 생산 중인데, 이중에서 국내에 수입되는 차종은 앞서 4종이다. 이중 벤츠 G-class 수준의 오프로더 능력과 비교해볼만 차종은 디스커버리4다. 

1989년 1세대 모델이 첫 출시된 디스커버리는 그동안 4번의 변신을 거쳐 현재의 디스커버리4가 출시됐다. 디스커버리4 역시 험로 주행을 위한 정통 오프로더다. 자갈길은 물론 진흙길과 모랫길, 눈길에서 진가를 드러낸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웬만한 악조건의 도로는 알아서는 주행한다는 점이다. 랜드로버의 특허기술인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이 노면 상태에 따라 엔진 출력과 변속기 조합, 서스페션의 높이 등을 자동 조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한 모랫밭이나 진흙길, 혹은 빙판길을 만날 경우에는 센터페시아 아래에 위치한 주행모드 선택을 하면 된다. 

디스커버리4는 영국 왕실의 공식 의전차량인 만큼, 럭셔리한 디자인이 일품이다. 단순한 직선으로 이뤄진 커다란 차체에 동그란 헤드라이트 디자인이 보는 순간 특별한 품종이란 것을 드러낸다. 여기에 기존 SUV 차량에 비해 훨씬 큰 덩치와 높이를 자랑한다. 안락한 실내를 위해 차체를 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내 디자인은 원과 선이 적절히 조화돼 있다. 스티어링 휠에 대부분의 편의사양을 제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버튼장치를 넣어 놓은 것도 편리하다. 높은 차체로 인해 시트에 앉으면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점도 디스커버리4 만의 장점 중 하나다. 

상당히 편해 보이지만 직접 운전에 나서면 의외로 신경이 많이 쓰인다. 차체가 높고 덩치가 커서 주변 차량과의 간격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량이 한적한 곳에서는 그야말로 편안하기 이를 데 없었다. 럭셔리 오프로더지만, 의외로 온로드 주행 성능 역시 만만치 않았다. 

도로를 벗어나 경기도 양평의 시골길로 내달렸다. 낙엽과 가을비로 급격하게 미끄러워진 시골길을 디스커버리4는 무난하게 주행했다. 흙길 중간중간에 자갈과 작은 바위들이 있었음에도 가볍게 넘어서는 오프로더의 면모를 보여줬다. 

랜도로버에 따르면 디스커버리4는 새롭게 개발된 LR-TDV6 3.0L 트윈터보 디젤 엔진을 통해 최고출력 245마력에 최대토크 61.2kg‧m의 힘을 낸다. 6기통 엔진 급에서는 최고의 성능과 힘을 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