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riving Review

[Rival] Volkswagen Touareg V8 TDI vs Jeep Grandcherokee Overland summit

[해당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2013년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시베리아를 연상케했던 매서운 한파가 서서히 물러가면서 나들이객이 하나 둘씩 늘어가는 계절이 왔다. 아직 산록이 초록빛을 띄는 봄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겨우내 기승을 부렸던 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 만큼은 틀림없다. 

이런 계절이 되면 자동차 마니아들의 시선은 SUV에 집중된다. 답답하고 복잡했던 도시를 떠나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볼 수 있는 캠핑에 대한 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자동차회사들 역시 이 시즌이 되면 유독 새로운 모습의 SUV들을 앞다퉈 출시한다. 특히 수입차업체들의 신차 출시가 러시를 이룬다. 

이런 가운데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SUV가 있다. 명작으로 손꼽히는 폭스바겐의 투아렉과 오프로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지프의 그랜드체로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뿜어내는 투아렉과 그랜드체로키의 최상위 모델들을 살펴봤다. 


- Luxury Masterpiece is Touareg V8 TDI R-Line


SUV 투아렉은 한마디로 ‘명품’이다. 단단하고 튼튼함이 느껴지는 덩치에 최고 수준의 온·오프로드 주행력, 그리고 동급 최고 수준의 럭셔리한 편의사양 등을 한 몸에 품고 있다. 폭스바겐의 모든 기술력이 축약된 명작인 셈이다. 

이중에서도 최상위 모델인 투아렉 V8 TDI R-Line(이하 투아렉)은 최고의 괴물이다. 4000cc를 넘는 폭발적인 배기량에 럭셔리한 인테리어와 최고의 편의장비 등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프레임부터 살펴보자. 폭스바겐 가문에서 태어난 투아렉의 프레임은 계열사인 아우디와 포르쉐 등에서도 사용된다. 폭스바겐에서는 투아렉이란 이름을 쓰지만, 아우디에서는 Q7, 포르쉐에서는 카이엔의 프레임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투아렉의 얼굴은 폭스바겐 가문의 DNA를 물려받은 모습이다. 폭스바겐의 패밀리룩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특히 플래그십 세단인 페이튼의 우아하고 강인한 모습을 쏙 빼닮은 점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SUV 특유의 근육질 라인도 함께 갖고 있다. V자형로 이어지는 보닛과 사이드 윙의 캐릭터라인은 바퀴를 감고 있는 숄더 섹션과 어우러져 SUV 만의 힘이 느껴진다. 여기에 크롬 도금된 듀얼 머플러가 뒤에서 중심을 잡아줘 인상적이면서도 스포티한 라인을 볼 수 있다. 

특히 20인치 대형 멀로이 알루미늄 휠과 스테인리스 스틸 페달, 프론트 휀더, 스카프 플레이트 등이 적용돼 고급스럽고 강인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문을 열고 실내를 살펴보면 깔끔하게 정리된 인테리어와 광활한 파노라마 썬루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 스티어링 휠 너머에는 시인성 좋은 속도계와 RPM게이지가 자리했고, 그 가운데에 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인수트루먼트 패널이 자리하고 있다. 차량의 중앙부인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아래로 공조장치와 엔터테인먼트 등이 위치했다. 

남다른 그립감을 자랑하는 변속장치는 오른손을 뻗으면 닿는 적당한 위치에 자리했으며, 그 아래 차량의 서스펜션과 구동방식을 바꿀 수 있는 다이얼로그가 위치해 있다. 이 다이얼로그를 통해 차량의 서스펜션과 구동방식, 그리고 주행모드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주행모드를 선택할 때마다 서스펜션의 높낮이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특히 노멀 모드에서 스포츠모드로 주행모드를 변경하면 최대 25mm 정도 차체가 낮아져 고속주행이 안정감을 높여준다. 

투아렉을 몰고 도로로 나섰다. 컴포트로 주행모드를 설정하자, 기존 도시형 SUV 주행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어지간한 과속방지턱을 넘어서도 운전석에서 큰 충격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주행모드처럼 안락한 주행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했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V8 TDI엔진이 폭발하는 듯한 힘을 내면서 질주했다. 순식간에 주변 차량들을 제치고 치고 나간다. 흡사 스포츠카의 폭발적인 추진력 같다. 4134cc급 8기통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투아렉의 파워트레인은 최대출력 340마력, 최대토크는 81.6kg*m이라는 경이적인 힘을 갖고 있다. 

공도를 벗어나 눈으로 뒤덮힌 산길로 들어섰다. 먼저 주행모드를 일반으로 변경한 뒤, 서스펜션 모드를 ‘오프로드’로 변경하자, 서스펜션의 높이가 자동으로 올라간다. 동시에 계기판에 밀림 방지 알림이 커진다. 서서히 가속에 나서자 미끄러운 눈길에서도 앞발로 눈을 헤치며 다니듯 안정적으로 주행한다. 여기에 어지간한 돌이나 진흙길은 일반 도로처럼 편안하게 치고 나간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오프로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포츠카 수준의 달리기 성능에서 전형적인 오프로더 급의 등반 능력을 갖춘 투아렉 V8 TDI R-Line은 세금 포함해 1억880만원이다. 


- Only Specialist is Grandcherokee Summit


‘4WD의 대명사’로 불리는 지프의 플래그십 SUV 그랜드체로키는 한마디로 ‘스페셜리스트’다. 막강한 오프로더 능력은 기본에다, 온로드에서도 탁월한 주행성능과 무게감을 선보인다. 특히 그랜드체로키의 최상위 모델인 오버랜드 서밋 버전은 수작업으로 거쳐 완성한 시트와 다양한 편의사양을 장착해 ‘럭셔리 오프로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그랜드체로키는 지프 패밀리란 점에서 한수 접고 들어간다. 2차대전 당시에 탄생한 4WD의 원조 브랜드란 점에서 오프로더 성능에 대해서 만큼은 신앙적인 믿음이 생길 정도다. 여기에 최상위 모델답게 화려하고 럭셔리한 인테리어와 탁월한 공도 주행성능도 지니고 있다. 

첫 인상은 그야말로 듬직하다. 날렵하고 화려한 최신 트렌드와는 달리 직선의 우직함과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 등이 ‘나는 야생이다’라고 소리치는 듯 하다. 전면부에는 지프 특유의 패밀리룩인 7-slot 그릴이 떡하니 자리해 있다. 커다란 7개의 기둥은 크롬으로 처리돼 화려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앞뒤로 자리한 숄더 라인은 그야말로 근육질을 숨긴 군복을 보는 것 같다. 언뜻 보면 직선 위주의 디자인이 답답하다는 느낌도 주지만, 자꾸 봐도 질리지 않고 듬직한 분위기가 난다. 

문을 열고 실내를 살펴보면 수제 가죽으로 처리돼 화려함을 뽐내는 인테리어를 볼 수 있다. 물론 럭셔리 브랜드들에 비하면 검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랜드체로키가 실용성 만을 극대화한 지프 패밀리란 점을 상기하면 수제 가죽 시트는 그야말로 호사스럽다는 점을 이해할 것이다. 

차량에 올라 스타트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큰 엔진음이 들려오다 줄어든다. 커다란 덩치를 끌고 도로에 나서자, 주변의 차들이 위압감을 느끼는 듯 자연스레 양보해준다. 고속구간에 접어들어 100km/h 이상의 고속주행에 나섰다. 급가속시에는 반응이 한 박자 늦기는 했지만, 고속구간에 접어들자 별다른 어려움이 속도를 높여준다. 급커브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앉자 곧바로 밀림 현상을 느낄 수 있었지만, 재빠르게 개입하는 전자장치들로 인해 안전하게 진행했다. 

그랜드체로키의 최상위 버전인 오버랜드 서밋에는 피아트와 공동개발한 신형 V6 3.0L 터보 친환경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41마력의 힘과 최대토크 56kg*m의 힘을 낸다. 특히 최대토크가 1800~2800rpm 구간에서 발휘돼 부드러우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주행이 가능하다. 실용영역대에서 최고의 힘을 내는 만큼, 연비 역시 10.8km/L로 괜찮은 편이다. 

고속구간을 지나 강원도 일대의 산간지역에 들어섰다. 차량 센타페시아 아래에 위치한 4WD 버튼을 오프로드로 변경하고, 서스펜션 역시 조정했다. 그랜드체로키 오버랜드 서밋은 총 5단계로 조절이 가능한 콰드라-리프트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주행모드 역시 5가지(스포츠, 스노우, 오토, 샌드/머드, 락)로 다양한 오프로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일반도로용 타이어를 차고도 어지간한 오프로드는 별일 아니란 듯 지나간다. 

비포장 도로의 최강자로 시작해 빌딩 숲 속 사냥꾼 같은 날렵함까지 겸비한 그랜드체로키 오버랜드 서밋의 가격은 부가세 포함 767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