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9월호(36호)에 게재됐습니다]
SUV에 대한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캠핑 열풍이 올 여름 바캉스 시즌을 만나면서 제대로 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입차업체들의 마케팅 경쟁 역시 SUV 열풍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그래서 혼란스럽다.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SUV를 선보이며, “우리 SUV가 캠핑을 위한 최고의 차”라고 선전하고 있어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오프로드 주행성능이 아닌 외모 만을 보고 SUV를 선택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또 무리한 주행으로 차량이 고장 나는 일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캠핑 전문가들은 이에 “진짜 캠핑을 위한 차는 따로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중에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SUV는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한 차가 아니라 포장된 도로를 달리기 위한 만들어진 도시형 RV라는 설명이다.
즉 카라반을 여유롭게 끌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견인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오프로드 주행성능도 갖추고 있어야만 진짜 SUV라고 강조했다. 이에 혼다의 대형 SUV 파일럿과 지프 랭글러 모파에디션을 만나봤다.
- Honda Pilot 압도적인 덩치와 절제미
혼다코리아가 지난해 말 국내 시장에 선보인 대형 SUV 파일럿의 첫 인상은 일단 좌중을 압도한다. 커다란 사이즈와 절제미 가득한 외관으로 인해 남성미가 철철 넘치기 때문이다. 최근에 출시되는 SUV들이 공기저항계수를 고려해 수려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면, 혼다 파일럿은 안정감이 느껴지는 커다란 덩치에 직각에 가까운 라인, 그리고 굵은 선을 위주로 디자인 된 외관으로 인해 든든함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혼다가 만들었지만, 외관만 놓고 보면 큰 차를 좋아하는 미국 브랜드처럼 보일 정도다. 실제 파일럿은 혼다가 미국시장을 위해 만든 차로, 연 10만대 판매되는 인기 모델 중 하나다.
파일럿의 덩치는 국내에서 경쟁차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이즈가 거대하다. 전장 4875mm, 전고 1840mm, 전폭 1995mm에 2톤이 넘는 무게로 경쟁차종을 제압한다. 특히 전폭이 웬만한 승합차보다 넓어 주행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파일럿보다 폭이 더 넓은 차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인피니티의 QX에 불과하다.
덩치가 큰 만큼 실내 공간 역시 광활하다. 1열의 여유로움 2열을 지나 3열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트렁크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캠핑장비가 아니라 아예 어지간한 가구도 옮길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차량이 넓은 만큼 수납공간도 넉넉하다. 센터콘솔은 물론 센터페시아 하단과 글로브박스, 그리고 도어 아래에 위치한 공간까지 눈에 띄는 곳곳이 수납공간이다.
시승을 위해 시동을 커져 의외로 조용한 엔진음이 전해진다. 덩치가 워낙 커서 시내 주행시에는 주의가 필요하지만, 시승감은 의외로 안락하고 편안하다.
오프로드 구간에 들어선 후, 4륜구동 방식(파일럿은 평상시에는 전륜으로 주행하지만, 필요시 4륜을 선택할 수 있는 파트타임 4륜구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으로 주행을 시작했다. 2톤이 넘는 커다란 차체가 울퉁불퉁한 길을 별 무리 없이 지나간다. 3.5L V6 VCM 가솔린엔진과 5단변속기를 사용하지만, 최고출력 257마력 최대토크 35.4kg*m의 힘이 파일럿의 엄청난 덩치를 무리 없이 이동시킨다.
아쉬운 점은 효율성이다. 엄청난 사이즈의 무게와 덩치로 인해 공인연비가 8.2km/L에 불과하다. 특히 시내 주행시에는 연비가 더욱 낮아져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이 아쉬움은 4890만원의 판매가격(VAT포함)을 보면 상쇄된다.
- Jeep Wrangler 진화를 거듭하는 오프로더의 원조
캠핑 열풍을 타고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지프의 랭글러는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SUV의 원조다. 7개의 슬롯으로 구성된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육각형의 휠하우스 아치 등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장을 누비던 지프의 원형 ‘월리스 MB’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랭글러는 국내 시장에 스포츠, 루비콘, 사하라 등 다양한 버전이 출시된 상태다. 기자가 시승한 차량은 이중에서도 레저에 특화된 2도어 4인승의 랭글러 모파 에디션이다.
랭글러 모파 에디션의 외관은 그야말로 다부지다. 지프 특유의 7-슬롯 그릴과 함께 17인치 글로스 블랙 알루미늄 휠, 모파 룩 레일, 모파 파워 돔 후드, 프리미엄 선라이더 소프트톱 등 오프로드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블랙 무광의 Jeep 그릴 배지, 모압 후드 배지, 블랙 펜더 플레어와 블랙 주유캡까지 야성미 넘치는 외모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오프로드 주행시 충격은 물론 돌이나 파편으로부터 차체 하부를 보호하는 디럭스 몰드 및 지프 로고가 새겨진 도어 실 가드가 적용됐으며, 사이드 스텝에 모두 블랙 색상을 적용해 완벽한 오프로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테리어 역시 다른 지프과 달리 고급스럽다. 최저지상고가 225mm가 되기 때문에 180cm이 넘는 기자 역시 한번에 올라타기는 하지만, 꼭 사이드 스텝에 발이 걸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높다. 하지만 시트에 앉는 순간 아날로그의 향수가 느껴지면서 편안해진다.
스티어링 휠 너머에는 스마트키를 활용한 시동버튼이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지프 랭글러는 아직까지 키를 꼽고 돌리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포장된 도로가 아닌 울통불통한 길을 주로 다니야 하는 만큼 충격에 약한 전자식 편의장비를 최소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시동을 켜자 지프 특유의 떨림이 전해진다. 전장을 누비던 역전의 용사를 경험할 시간이 된 것이다. 아스팔트 도로를 벗어나 교외의 하천 주변의 오프로드 구간으로 들어섰다. 자갈이 많아 일반 차량이 들어오면 하부가 상할 것이 염려되지만, 랭글러에게 이곳은 그야말로 자기 앞마당이었다. 트랜스퍼 레버를 4륜으로 변경한 뒤 주행에 나서자 시원스레 자갈밭을 돌파했다. 20~50cm 정도로 보이는 하천 역시 편안하게 통과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만큼 노면의 충격이 시트를 통해 전달되기는 했지만, 오히려 다이내믹한 주행감 때문에 속도를 높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777cc 직렬 4기통 DOHC 16밸브 CRC 디젤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의 조화를 통해 뿜어져나오는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은 눈앞에 펼쳐진 산을 타고 넘어설 수 있을 정도로 든든했다.
그렇다면 일반도로에서는 어떨까. 급가속과 빠른 코너링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가속성능이 아쉬울 정도는 아니었다. 승차감 역시 의외로 부드럽다. 험로주행이 장기이기 때문에 거칠 것으로 생각됐지만, 의외로 안락했다. 그렇다고 도시형 SUV처럼 승용차와 경쟁할 정도로 편안한 것은 아니다. 장시간 타면 허리에서 핸드폰이 진동을 울리는 것 같은 충격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름이 지나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9월. 산들이 단풍으로 울긋불긋해지는 최고의 캠핑시즌에 어떤 오프로더를 탈 것인지는 당신의 선택해야 할 문제다.
'Driving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Nissan] 세련된 근육질라인에 다이내믹한 가속력 370Z (0) | 2014.02.20 |
---|---|
CEO를 위한 최고급 세단들 (0) | 2014.01.27 |
[AUDI] 더욱 강력해진 심장 Audi SQ5 (0) | 2014.01.06 |
[Mercedes-Benz] 작지만 듬직한 3th A-class (0) | 2013.12.31 |
[LAND-ROVER] 자연을 느끼려면 자유로워야 한다 FREELANDER2 (0) | 2013.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