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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ing Review

[Rolls-Royce] 왕좌에 앉는 기분 Rolls-Royce Ghost

[해당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38호(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한계를 넘어서면 전설이 된다!”

알파벳 ‘R’이 겹친 엠블럼. 주행을 시작하면 조용하게 올라오는 여신상. 그리고 ‘달리는 궁전’이라고 칭송받을 만큼 화려하고 럭셔리한 인테리어에, 고성능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놀라운 가속력을 가진 차. 바로 영국 왕실의 공식 의전차량인 롤스로이스를 표현하는 수식어들이다.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전 세계 슈퍼리치들의 드림카로 군림해온 롤스로이스는 뒷좌석에 타는 VIP를 위한 쇼퍼 드리븐용 플래그십세단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1998년 BMW그룹에 인수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오너 드리븐을 위한 운전자 중심의 차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탄생한 모델이 바로 ‘고스트’다.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오직 운전자를 위한 최고의 배려를 다한 새로운 유령이 탄생한 셈이다. 

시대를 흐름을 받아들여 100여년 만에 탄생한 롤스로이스의 새로운 유령. 앞으로의 100년 동안 궁극의 럭셔리세단으로 자리매김할 고스트 한국형 버전을 만나봤다. 


- 전통에 스타일을 더하다

롤스로이스는 보는 순간 압도당한다. 흐르는 듯한 유려한 캐릭터 라인과 압도적인 사이즈의 프론트 그릴, 그리고 웅장하면서도 우아한 모습이지만,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차체까지 모든 것이 경쟁차종들과는 완전히 다른 DNA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스트의 첫모습은 일단 압도적이다. 과연 4인승 차량이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웅장한 차체를 자랑한다. 전장만 5m를 넘어서며, 전폭 역시 2m에 육박한다. 사이즈만 놓고 보면 중형 트럭에 해당하는 사이즈다. 

디자인 역시 웅장함을 기본으로 한 우아하고 수려한 라인을 강조하고 있다. ‘요트’에서 영감을 얻은 캐릭터라인과 파워풀한 숄더, 그리고 전면부에서 후면부로 이어지는 리어윙까지 그야말로 매끈하다. 또한 전면부에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시키는 전면부의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일명 판테온 그릴)이 자리하고 있다. 이 그릴을 중심으로 양쪽에 직사각형 스타일의 헤드램프가 자리해 있으며, 그릴 상단과 보닛이 연결되는 코 부분에는 ‘R’ 로고가 딱하니 자리잡고 있다. 

이 로고 뒤에는 은색 사각형이 보이는 이곳이 바로 롤스로이스의 또 다른 상징이 된 ‘달리는 여신상’이 자리한 곳이다. ‘Spirits of Ecstasy’로 명명된 여신상은 원래 주행 중에만 외부로 돌출됐지만, 최근 모델의 경우 내부에서 조작이 가능해졌다. 

눈을 옆으로 돌려 도어 부분을 살펴보면 롤스로이스 특유의 ‘수어사이드 도어’가 눈에 띈다. 일명 자살문으로 불리는 이 도어는 일반 차량들과는 달리 뒷문이 반대로 열린다. 자동차가 처음 개발됐을 당시 뒷문이 열리는 사고가 자주 일어났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독특한 스타일인데, 롤스로이스는 1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오면 그야말로 ‘천국’이 펼쳐진다. 호사로운 벨벳 스타일의 카페트가 깔린 실내에 들어가면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둥그런 형태의 조정된 안락한 좌석이 눈길을 끈다. 시어터는 양 좌석에 모두 제공되며,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9.2인치 LCD스크린이 프런트 시트 헤드레스트에 매립돼 있다. 또 실내 모든 좌석은 온도와 TV, CD, 라디오 등을 개별로 설정할 수 있으며, 도어 사이에는 우산이 들어있어 깔끔하면서도 VIP를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 웅장한 가속성과 고요한 정숙성

운전석에 앉으면 일단 BMW그룹의 DNA가 느껴진다. 롤스로이스 고스트는 영국 굿우드 지역의 공장에서 수작업을 통해 완성되지만, 여러 부품들을 BMW의 플래그십 세단인 7-시리즈와 공유하고 있다. 운전석 주변의 인테리어 역시 내/외장재가 다를 뿐 전체적으로 7시리즈와 유사하다. 다만 변속기 레버가 핸들과 직접 연결돼 있어 클래식카의 정통성을 유지하고 있다. 

시동을 켜고 거리에 나서자 주변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느껴진다. 엄청난 덩치에 우아한 모습이 존재감을 배가시키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심을 벗어나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선 뒤 가속을 시작했다. 단숨에 주변의 차량들이 뒤로 밀려난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속도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속도계가 주행 제한속도를 가리킬 정도로 올라가고 있음에도 내부에서는 오직 말소리 만이 들릴 뿐이다. 자그마한 외부 소리나 배기음조차 안으로 새어 들어오지 않는다. 롤스로이스모터카 관계자는 “롤스로이스는 최대 130km/h로 주행해도 내부에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로 제작됐다”며 “이런 정숙성 때문에 ‘유령’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과속방지턱을 넘어서는 구간에서도 내부에 가해지는 충격이 거의 느껴지는 않는다. 자동차를 타는 것이 아닌 호텔 쇼파에 앉아 차량 밖으로 지나가는 거리를 구경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달리는 별장’이란 수식어가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롤스로이스는 그래서 아무나 가질 수 없다. 기본형 가격이 3억99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옵션을 하나둘 포함하면 고스트의 가격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된다. 

롤스로이스모터카는 그러나 이런 고객들을 위해 ‘코리아 에디션’을 준비하고 있다. 가격은 기본형이지만, 마사지 기능 좌석, 개별 라운지 좌석, 리어 시어터, TV 튜너, 파노라마썬루프, 피크닉 테이블, 360도 카메라 시스템, 환기 시스템 등이 기본으로 장착됐음에도 가격은 기본형과 동일이다. 익스텐디드 휠베이스 모델을 선택하면 가죽 및 포켓 라이팅, 스텐인리스 스틸 발판, 20인치 합금 휠이 추가적으로 제공되며, 가격은 4억7000만원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