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5월호에 게재됐습니다 ]
뜻을 바로 세우다!
중국의 대학성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대화록을 주축으로 구성된 ‘논어’에서는 사람이 서른이 되면 뜻을 바로 세운다고 해서 ‘三十而立’이란 말이 나온다. 서른이 돼야만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가야할 길을 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차 쏘나타가 올해로 ‘이립’을 맞았다. 1984년 글로벌 전략차종으로 탄생한 후, 벌써 30년이 흐른 셈이다. 그동안 쏘나타는 현대차의 주력 중형세단에서 대한민국 대표 중형세단으로 거듭났고, 글로벌 베스트셀링카의 반열에 올랐다. 동아시아의 작은 자동차회사에 불과했던 현대차 역시 쏘나타의 질주 속에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다.
이처럼 역사와 전통을 갖은 현대차가 이립을 맞아 새로운 쏘나타를 지난 4월 출시했다. ‘LF 쏘나타’로 명명된 신형 모델은 과거 현대차가 추구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글로벌 트렌드를 쫓아 유려한 디자인에 다양한 편의사양을 제공했던 기존과 달리, 이번 쏘나타는 현대차의 광고처럼 ‘달리고(Run), 돌고(Turn), 멈추고(Stop), 안전한(Protect)’라는 자동차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화려하고 외관이 아닌, 잘 달리면서 안전한 자동차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트렌드를 쫓던 패스트 팔로우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퍼스트무버로의 변신을 시작한 현대차와 쏘나타. 서른을 맞아 자동차의 본질로 복귀를 선언한 LF쏘나타의 본질을 느껴봤다.
- 흠 잡을 데 없는 완성도
충남 태안에서 만난 LF쏘나타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깔끔했다. 말쑥하고 젠틀한 모습이 천상 젠틀맨이었다. 신형 제네시스와 언뜻 유사해 보이기도 했지만, 전면부의 그릴과 헤드라이트라인, 그리고 전체적인 캐릭터 라인을 통해 세련되지만 얌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기존 YF쏘나타가 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을 통해 유려한 물방울 같은 디자인이었다면 새로운 LF쏘나타는 각을 살리면서도 세련되게 처리해 존재감이 더욱 부각됐다.
이날 현대차가 시승차로 배정한 모델인 LF쏘나타 2.0 럭셔리 모델이었다. 2.0L CVVL(누우엔진)을 심장으로 사용하며, 18인치 타이어와 대부분의 편의사양이 적용됐다. 시승코스는 충남 태안의 안면도를 출발해 대천 해수욕장을 왕복하는 280km 구간으로 고속도로와 국도, 그리고 왕복 1차선의 곡선구간이 다양하게 포함됐다.
기존 모델에서 지적됐던 실내 소음 역시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여기저기에 흡음재를 사용해 소음을 잡는데 상당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노력한 만큼 차량의 정숙성도 월등히 개량됐다.
- 잘 만들었지만 여전한 아쉬움
그렇다면 LF쏘나타의 부족한 점은 무엇일까. 먼저 차량 무게가 늘어나면서 주력모델인 2.0 CVVL 엔진의 힘이 약해진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 과거 현대차와 달리 묵직하게 움직이는 것은 물론, 120km/h 이상의 고속주행 때는 ‘윙~’하는 엔진소음이 차체로 들려온다. 반면 차량 속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 차체 무게 대비 2.0L 엔진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또한 인테리어 퀼러티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LF쏘나타의 인테리어는 실용적인 면이 강조돼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을 자랑하지만, 소비자의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화려한 맛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F쏘나타는 여전히 ‘대한민국 대표 중형세단’이란 타이틀을 무난하게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깔끔한 외모와 실용적인 인테리어, 그리고 가격 합리성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동급 대비 최고의 가치를 지닌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탄생 30년을 맞아 자동차의 ‘기본기’를 다시 세운 LF쏘나타. 볼혹과 지천명이 될 때까지 얼마나 더 진화할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 서종열 기자의 한줄평
흠잡을 데 없지만, 뭔지 모를 아쉬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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