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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story

[FIAT] 귀족이 만든 예술적 서민차...페라리 마세라티 등 슈퍼카 계열사 둬

“경부고속도로 승냥이를 기억하시나요?”
국내에서 출시된 자동차에 이런 별명이 붙었던 차량이 있다. 1966년 판매되기 시작한 아시아자동차의 피아트124가 그것이다. 
피아트 하면 생각나는 게 있다. 바로 20km/ℓ를 넘어서는 극강의 연비가 그것이다. 자동차 기술이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최근에도 섣불리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높은 연비를 자랑한다.
이런 고효율 차량을 만든 피아트란 자동차메이커는 사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피아트의 계열사인 페라리와 마세라티가 더 알려졌을 정도다.
극강의 연비를 자랑하며, 이탈리아 태생다운 멋진 자태를 뽐내는 피아트를 살펴봤다.



15개 분야에 진출한 종합기계그룹

1899년 설립된 피아트 자동차그룹은 올해로 창업 110년째를 맞고 있다. 피아트그룹의 식구로는 란치아, 알파로메오, 페라리, 마세라티 등을 거느리고 있다.
피아트란 회사의 이름은 본사가 있는 토리노에서 따왔다. ‘Fabbrica Italiana Automobili Torino’(이니셜로 FIAT), 즉 토리노 이탈리안 자동차 회사란 이름이다.
이 회사는 사실 자동차그룹으로 잘 알려지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합기계그룹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초창기 승용차와 상용차 생산을 주력으로 사업을 키운 이후, 건축기계, 농기계, 금속부품, 시스템, 건설, 토목, 철도, 수송, 운송, 항공, 에너지, 통신, 바이오, 출판, 여행에 이르기 까지 15개 부문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대한 종합기계그룹을 세운 이는 누구일까. 창업자는 조반니 아넬리다. 1899년 7월11일 그가 토리노의 유지 8명과 함께 세운 회사가 지금의 피아트다. 조반니는 창업이념으로 서민들도 탈 수 있는 싸고 저렴하지만, 제대로 된 차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9명의 귀족들이 ‘서민들을 위한 차’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설립한 셈이다.

전쟁으로 시세 확장 후 페라리 매입

피아트가 자리를 잡아갈 무렵 이탈리아의 국내 정세는 매우 어지러웠다. 아니 유럽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세계 1차대전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조반니는 이를 기회로 군수산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만지게 됐다. 초기 승용차와 상용차만을 생산하던 피아트가 1차대전을 계기로 항공기와 조선, 철도 등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조반니는 이런 공을 인정받아 피아트의 CEO로 올라선다.
2차 대전 역시 피아트에게는 기회의 시간이었다. 전쟁 기간 동안 피아트는 이탈리아 내 자동차 관련 회사들을 모조리 합병하며 국내 유일의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된다.

이후 피아트는 1969년에 란치아와 페라리까지 인수하면서 이탈리아 자동차 생산의 90% 이상을 점유하게 됐다.
그러나 급하게 먹은 밥은 체하는 법. 60년대 후반 이탈리아를 휩쓴 노동운동이 피아트에도 찾아온다. 설상가상으로 1973년에는 석유파동까지 겹치면서 피아트는 위기를 맞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피아트는 1975년 네덜란드에 이베코란 상용차 회사를 설립하고, 피아트그룹 내에 산재해있던 자동차 계열사들을 한데 묶어 피아트오토SPA란 지주회사를 설립한다. 당시 지주회사에 계열사로 속했던 자동차 브랜드는 피아트를 비롯해, 이베코·란치아·오토비앙카·아바스·페라리 등이었다.
하지만 피아트의 이런 회생계획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승용차 사업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됐다.
결국 1980년 피아트는 ‘경영재건 5개년 계획’을 세우고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중남미 사업을 철수한 것은 물론 스페인의 세아트에 출자했던 자본 역시 회수했다. 글로벌 자동차메이커인 푸조, 르노, 볼보, 사브와는 제휴를 맺었으며 공장자동화에 매진했다.
이 같은 노력에 회사는 곧 정상화됐고, 1986년에는 스위스 자동차브랜드였던 알파로메오를 인수했으며 1993년에는 마세라티를 사들였다.  


위기 극복한 피아트, 자동차메이커 사냥 준비

피아트는 그러나 90년대 들어 또다시 추락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추락은 상당히 심각했다. 6년동안 쌓인 적자만도 120억달러에 달할 정도였으며, 50%를 넘던 이탈리아 자동차시장의 점유율은 28%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가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구조조정과 원가절감을 통해 4억달러대의 흑자를 기록한 피아트는 이젠 글로벌 경치침체로 파산위기에 처해있는 GM이나 포드 인수를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들은 “피아트의 최고 강점은 ‘작지만 강한 차’라는 점”이라면서 “글로벌 자동차 트렌트가 고연비와 경량화를 통해 중·소형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피아트의 돌풍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서민을 위한 차량을 만들겠다는 이념 아래 지금까지도 경차 위주의 라인업을 굳건히 지켜가고 있는 피아트그룹. 유럽명가의 느낌을 핸들로 느끼고 싶다면 당신도 피아트를 눈여겨봐라! <끝>
snikers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