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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story

[Citroen] 佛 '아방가르드'한 고성능세단을 보여주다


“게임에서 바로 나온 차 같네!”

최근 중국 상하이모터쇼에 출품된 시트로엥의 GT컨셉카를 향한 평가다. 오똑하게 두줄로 올라간 라디에이터그릴 로고와 품격있는 디자인이 한눈에 프랑스 혈통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해 준다.

소형차 대국인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럭셔리·고성능 세단을 만들고 있는 시트로엥. 이 브랜드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포르쉐, BMW, 아우디, 벤츠, 폴크스바겐 등 세계유명 명차브랜들이 대부분 독일 혈통인 것에 반해 시트로엥의 뿌리는 프랑스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만의 아방가드르한 디자인과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시트로엥. 부침도 많았지만, 유럽자동차역사에 새 기준을 제시했던 시트로엥의 찬란한 행보를 다시 돌아봤다.

- 홍보의 대가 앙드레, 시트로엥을 만들다!

시트로엥은 네덜란드 출신의 앙드레 시트로엥(Andre Citroen)에 의해 시작됐다.

보석상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가난했던 그는 ‘더블 헬리컬기어’를 개발해 기어제작자로 변신했다. 이후 1908년 모르자동차회사에 스카웃되면서 자동차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앙드레는 독자적인 자동차기어제작사를 설립했고, 이 와중에 터진 1차 대전 중에 군수물자를 공급하면서 포드의 대량생산체제를 도입해 큰돈을 벌었다.

앙드레는 이후 자동차 회사를 설립, 1919년 첫 타입A를 만들었다.1327cc 직렬 4기통 엔진을 장착해 시속 65km의 속도를 냈고, 주문제작형 바디, 스페어 타이어, 전기 시동장치 및 라이트 등을 갖추었다. 타입A는 발표 2주일 만에 16,000대의 주문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타입A의 성공으로 자신을 얻은 앙드레는 파리에 택시회사를 설립, 시트로엥 알리기에 나선다. 또 비행기 동체에 시트로엥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으며, 시트로엥의 이름을 전구로 밝혀 파리의 야경을 빛낸 이색홍보를 펼치기도 했다.

여기에 1921년 파리모터쇼에 선보인 5CV는 저렴한 가격, 간단한 구조, 정비의 용이성 등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이렇게 타입A와 5CV를 비롯한 초기 모델로 이름을 알린 시트로엥은 1924년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현대적인 생산설비를 갖추며 공식적으로 ㈜시트로엥(Societe Anonyme AndreCitroen)을 설립한다.

프랑스 아방가드르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 ‘아방가드르 시트로엥’, 언제나 한발 먼저!

시트로엥은 프랑스 자동차역사에서 앞바퀴굴림차와 유압시스템의 장착으로 유명하다. 시트로엥이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앞바퀴굴립차를 선보였으며, 서스펜션과 브레이크에 사용되는 유압장치를 자동차에 가장 먼저 적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1934년 발표된 ‘트랙션 아방’은 시트로엥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하다. 미국을 방문했다가 앞바퀴굴림차에 깊은 인상을 받은 앙드레는 앞바퀴굴림차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팀을 구성한다.

엄청난 개발비와 설비비를 투자됐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트랙션 아방’이다. 트랙션 아방은 이름 그래도 앞바퀴굴림에 모노코코 방식으로 생산됐고, 유압식 브레이크를 갖춘 시대를 앞선 자동차였다.

그러나 시트로엥은 ‘트랙션 아방’에 너무 많은 힘을 쓴 나머지 재정악화로 1934년 파산에 이른다. 이에 타이어 제작자인 미쉐린이 파산에 이른 시트로엥의 경영권을 접수했다.

설립자 앙드레는 회사의 경영권이 미쉐린에 넘어간 것에 충격을 받은 1935년 결국 위암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그의 유작 트랙션 아방은 1957년까지 꾸준히 생산됐다.

파산에 이어 미쉐린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시트로엥은 1955년 ‘DS19’를 출시한다. 트랙션 아방의 전통을 이어 받은 DS19는 앞바퀴굴림차였으며, 특히 파워스티어링, 파워브레이크 유압식 기어 변속, 자동 클러치, 공기유압식 서스펜션 등을 작동시키는 ‘중앙 유압시스템’이 핵심 기술이었다.

첨단기술 뿐 아니라, 스타일 역시 ‘아방가르드’했다. 일찍이 부가티나 롤스로이스 같은 럭셔리 세단에서 볼 수 있었던 라디에이터 그릴을 과감히 없앤 것으로 시작해 전체적인 스타일이 당대의 자동차들과의 완전히 차원을 달리했다.

앞바퀴굴림의 전통은 이후 SM을 통해 다시한번 이어졌다. 이번에는 스포티한 앞바퀴굴림차를 제작할 의도였는데, 마땅한 엔진이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1968년 이탈리아의 마세라티를 인수했고, 1970년 마세라티의 고성능 V6엔진을 시트로엥 섀시에 얹어 스포티하고 빠른 앞바퀴굴림 모델 SM을 선보였다.

최고속도 217km로 당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앞바퀴굴림차’란 칭호를 얻었으며 속도에 따라 파워가 조정되는 ‘디라비(DIRIVI)’ 또는 베리파워(Varipower)‘라 불리는 스티어링 시스템을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 모듈카의 시대를 열다!

시트로엥은 이후 1975년 경쟁사 푸조에 다시한번 팔리게 된다. 1976년 푸조 104Z를 기반으로 한 LN을 비롯, 1989년 XM, ZX, 1993년 잔티아, 1997년 엑사라 등 꾸준히 새로운 모델을 발표했다.

이후 시트로엥은 푸조의 계열사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 자동차기술을 선도해가던 회사였지만, 푸조에 합병된 후 고성능 차량을 만드는 푸조의 독자브랜드 정도로만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트로엥의 다시한번 세계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게 된다. 1998년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였던 C3컨셉카로 자동차역사의 한 획을 그었기 때문이다. 시트로엥은 C3컨셉카를 통해 한가지 모델차량이 여러 종류의 바디를 통해 변신을 거듭하는 ‘모듈카’란 개념을 완전한 형태로 선보였다.

실제 C3컨셉카는 이후 1999년 프랑크푸르트, 2000년 제네바 ‘플리뤄엘 컨셉카’의 계보를 이으며 2002년 파리모터셔에 발표된 시트로엥의 C3 플리뤄엘까지 모두 5가지 종류의 바디(▲3도어 설룬 ▲파노라믹 설룬 ▲카브리올레  ▲4인승 스파이더 ▲스파이더 픽업)를 선보였다. 

C3플리뤄엘의 특징은 1.6리터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자동5단 변속기 ‘Sensdrive’이다. 클러치 작동 없이 수동변속의 맛을 살리는 장치로, 스티어링 훨에 있는 푸시 컨트롤 레버로도 변속이 가능해 스티어링 훨에서 손을 뗄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시트로엥GT’가 세계자동차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게임기 PS의 모습 그대로를 구현한 GT는 시트로엥만의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특히 단 20대만을 한정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혀 누가 주인이 될 것인지도 관심사 중의 하나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트로엥에 대해 “앞서가는 디자인과 환경친화적인 기술 등에서 시트로엥은 세계자동차산업의 태풍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유력한 브랜드 중 하나”라며 “독특한 디자인에서는 프랑스만의 품격이 친환경기술력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능력이 숨어있는 자동차메이커”라고 말했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시트로엥의 로고처럼 프랑스 최고의 기술을 갖춘 시트로엥의 ‘아방가드르’한 질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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