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누비는 예술작품!’
한점당 수억원씩 하는 예술품들보다 더 높은 가치를 뽐내는 자동차메이커가 있다. 바로 프랑스 혈통의 부가티(Bugatti)다.
날렵하면서도 예술적인 바디에 폭발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부가티는 사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차량이다. 역사가 100년이나 됐지만, 지금까지 생산된 총 차량대수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조차 한번쯤은 들어봤을 브랜드인 것은 분명하다.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워낙 명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이 부가티의 ‘타입41 르와이얄’을 소유했었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애호가가 아닌 일반인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탈것의 기능을 넘어서, 그 자체로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럭셔리 스포츠카 부가티. 예술혼이 넘쳐나는 부가티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 예술가가 설립한 부가티, ‘왕족(르와이얄)’이 되다!
‘달리는 예술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부가티는 사실 출생부터가 남다르다. 엔진니어 출신이 설립했던 다른 자동차메이커와는 달리 예술가 집안의 DNA를 받았기 때문이다.
부가티의 설립자 에토레 부가티는 사실 이탈리아 출신의 예술가다. 하지만 그는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 알자수 지방에 1909년 부가티를 설립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예술가가 프랑스지역에 부가티공장을 세운 셈이다.
명품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혈통을 모두 이어받았으니, 부가티가 ‘달리는 예술혼’이란 평가를 받는 것도 당연지사라고 볼 수 있다.
에토레가 1909년 설립한 부가티의 최초 모델은 타입 12이다. 이전에 개발됐던 타입1~11은 사실 에토레가 다른 자동차회사에서 근무하던 당시에 개발된 디자인이다.
설립초기 부가티는 주로 직렬 4기통 엔진 차량을 생산했다. 하지만 1920년 들어 직렬 8기통 엔진의 고급차량으로 선회했다. 타입 35가 8기통 모델의 첫 번째 모델이다.
부가티 차량 중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르와이얄(La Royale)’ 시리즈는 타입 41 모델이다. 이 차량은 처음부터 왕족이나 부호, 귀족만을 대상으로 디자인돼 단 6대만이 제작됐다.
현재 이 차량의 가격은 수십억원을 호가한다. 너무 적은 대수가 제작돼 희소가치가 높은데다, 굵게 휘어지는 펜더 선을 비롯해 전장이 7m나 되는 차체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에토레는 타입 41의 권위와 경외감을 상징하기 위해 비슷한 ‘코끼리’를 타입 41의 마스코트로 삼기도 했다.
- 불운의 역사 부가티, 수모의 세월
타입 41 모델을 통해 럭셔리 자동차메이커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성을 거머쥐게 된 부가티는 이후 ‘리틀 르와이얄’로 불리는 타입 46모델을 400대 가량 생산하며 유럽 자동차트렌드를 주도해 나간다.
여기에 에토레의 아들 장 부가티가 직접 디자인한 타입 57이 1937년과 1939년 죽음의 레이스로 불리는 ‘르망 24레이스’에서 우승하면서 1920년대와 1930년대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1939년 부가티의 불행이 찾아온다.
에토레의 뒤를 이어 부가티의 미래를 빛낼 것이라고 여겨졌던 장 부가티가 타입 57 모델을 테스트 하던 도중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여기에 설립자 에토레 마저 1947년 타계하면서 부가티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제대로된 모델조차 내놓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던 부가티는 결국 1956년 타입 252 모델을 마지막으로 모든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 문을 닫게 된다. 유럽 최고의 럭셔리카로 불리던 부가티가 몰락한 것이다.
이후 부가티는 1962년 이스파노 수이자에 의해 재건노력이 진행되긴 했으나, 빛을 보지 못했고, 다시 몇 년 후 프랑스 국립항공국에 인수돼 비행기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자동차와 전혀 관련없는 회사로 전락하는 등 수모의 세월을 보냈다.
- 폴크스바겐, 예술의 혼 부가티를 되살리다!
인고의 세월을 보내던 부가티는 이후 35년이 지나 재건이 시작된다. 이탈리아 사업가인 로마노 아르티올리가 “부가티의 정신을 되살린다”는 모토로 ‘부가티 아우토모빌리’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로마노는 부가티 재건 이후 설립자였던 에토레 탄생 110주년을 기념, EB110 모델을 발표한다. 하지만 로마노 역시 1996년 자동차빅뱅이 진행되던 시기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
결국 몰락의 길을 걸을 것으로 생각됐던 부가티는 이후 폴크스바겐을 만나면서 부활하게 된다. 1998년 폴크스바겐이 부가티를 전격 인수, 대형차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가티는 폴크스바겐의 기술력을 심장으로 삼아, 현존하는 최고의 럭셔리 스포츠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베이런’을 선보이게 된다. 베이런은 기존에 나왔던 부가티의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지만, 부가티의 상징인 말발굽 라디에이터그릴을 기반으로 예술적인 디자인과 럭셔리한 실내 인테리어를 선보여 부가티 부활의 신호탄이 됐다.
왕족을 위해 만들었던 부가티. 부가티의 예술적인 라인이 거리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sniker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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